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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Oct 16. 2023

철심제거수술, 성. 공. 적!

2022년 7월 발목 골절수술로 인하여 나는 왼측 양복사뼈에 철심을 2개 박게 되었다.


난생처음으로 겪어본 골절수술로 인하여 수술 후 통증이며 계속되는 불편함을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었던 나는 '안 되는 게 어디 있어!'라며 기세등등하게 살던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채 '안 되는 것만 잔뜩 있어!'라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안된다는 것은 게으른 사람들의 변명에 불과하다는 그런 오만방자한 말을 뼛속까지 심은 채로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리며 살던 나에게 발목골절은, 내 생에 처음으로 닥친 크디큰 브레이크였다.


처음에는 인정할 수 없었다. 내가 멈추게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계속해서 금방 다시 걷고 뛸 거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나는 남들과 다르게 더 빨리 나을 것이라는 이상한 확신에 가득 차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나 또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난 1년여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열정이 가득 차다고 해서 뼈가 더 빨리 붙는 게 아니었다. 그저 남들처럼 인간이라면 겪게 되는 평균 속도에 맞춰 나 또한 회복할 뿐이었다. 그 기간을 온전히 인정하게 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모든 아파본 사람들이라면 강력하게 공감하는 말인 "아파보니 그저 몸 건강한 게 최고다"라는 말을 매일같이 되뇌게 되었다. 

(지금도 이 말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진리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아파보지 않았던 시절에는 건강한 몸뚱이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모른 채 몸을 혹사시키고 소중히 대하지 못한 나날들이 더 많았다. 아프게 된 것부터 아팠던 과정을 모두 되돌아보면 몸도 마음도 고생이 많았던 아프고 슬픈 과거이지만, 아파보지 않았다면 내가 갖고 태어난 모든 것들의 소중함을 나는 평생 동안 모르고 살았을 것이며, 나를 사랑하기보다는 계속해서 혹사시키며 살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제는 아팠던 일이 오히려 소중한 경험이자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팠던 경험을 이렇게 '좋은 추억'이자 '좋은 기억'으로 회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많이 회복이 되어 예전처럼 생활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골절로 인하여 발목이 약해지고 간혹 아프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걸을 수 있고 뛸 수 있다. 아예 걸을 수조차 없어서 휠체어만 타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 상태는 감지덕지는 무슨, 축복 그 자체이다.


아프게 된 일로 인하여 나는 원래 하던 일들을 못하게 된 것들도 많았고, 내가 쌓아왔던 일들이 무너져 내리는 일도 겪으며 내가 상상하고 싶지 않은 미래들이 현실에 펼쳐지는 것에 마음이 많이 무너졌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정답'이라는 돌들로 단단하게 쌓아 올린 나의 성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동안 나는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그동안 열과 성을 받쳐왔던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뽑혀나간 빈자리에 커다랗게 메아리치는 소리는 '내 인생은 불행 그 자체야'라는 말이었다. 그 소리를 마치 불행에 빠진 내 모습이 재밌기라도 하듯이 계속해서 아픈 내 마음을 치고 또 치며 쿵쾅거리며 울려댔다.


회복 과정 중에서 나는 자주 불행하다 생각했었다. 완전히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심이 박힌 부위는 계속해서 찌릿하는 찔리는 통증이 있었고 예전에는 자유롭게 하던 자세들도 불편해서 이제는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내 인생은 어쩌면 이렇게 운이 없을 수 있을까 싶었고, 괜히 주변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를 그때 그 사고 상황에 몰아넣었던 나 자신이 가장 원망스럽고 불쾌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죽일 듯이 갉아먹었다. 그렇게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나의 성을 바라보며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이제 내가 꿈꾸던 아름다운 나만의 성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고 그 아름답던 시절은 되돌아올 수 없다 느껴졌다.


그렇지만 황폐해진 나의 성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통해 회복이라는 것을 해나가고 있었던 것 같다. 황폐해진 성에는 하나둘 풀잎이 다시 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혹독한 겨울을 거친 후 봄에 생그럽게 피어나는 푸른 어린잎들처럼 나의 성에도 하나둘 생명의 기운이 다시 태어나는 듯한 한 느낌이 들어온다. 


불행함 속에 갇혀 있던 내가 이제는 그 알에서 깨어 나와 새로운 형태의 성을 만들기 위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번 철심제거 수술로 그동안 나를 고통스럽게 하던 찌르는 듯한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고통 속에만 갇혀 살던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새롭게 부여받은 발과 건강에 감사하며 다시 한번 나의 성을 쌓아 올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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