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후반이라는 나이로 결혼에 골인한 우리 부부.
그래서 남들보다 짧다고 보면 짧은 1년이라는 연애기간을 가지며 결혼식을 치르게 되었다. 8282 문화에 딱 맞는 진행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듯 빠르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몇 년 동안 서서히 알아가야 할 것들을 단기간에 해치워야 하다 보니 서로의 다름에 대해 더 많이 부딪혔고, 서로에 대해 아는 것과 믿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기에 더 많이 오해하고, 다투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닐 일들에도 그 당시의 나는 쉽게 분노하고 상대를 원망했던 것 같다.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니까, 지금은 이런 사정이 있었겠구나. 그게 아니었으면 이렇게 행동했을 거야'
이러한 생각이 가능해지려면, 절대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려야 하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건 연애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관계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저절로 생기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신뢰이다. 우리는 그러한 신뢰가 생기기도 전에 그저 서로에 대한 호감만으로 결혼준비를 진행하다 보니까 당연히 트러블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년간 참 많이도 투닥거린 우리는 멈춰야 할 수많은 이유들보다는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들에 집중하며 모든 난관들을 극복하고 결국 "결혼"이라는 종착지에 골인하였다. (결혼이라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시작이지만..)
그렇게 결혼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주변에 이미 결혼을 치른 수많은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결혼을 한 친구들 중에서는 특히나 "임신"이 큰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결혼을 한지 몇 년 지난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임신을 계획하거나 진행 중인 친구들이 많았다.
생각만큼이나 임신이 잘 되지 않아서 병원을 다니는 친구들이 거의 7~80%에 달했기 때문에 우리도 역시나 그러한 수순을 밟게 되지 않을까 어렴풋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미 내가 키우고 있는 반려묘 "꾸꾸"라는 생명체가 있고, 임신을 서두를 만큼 아이에 대한 열망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늘의 뜻에 맡기자는 것이 우리 둘의 합치된 의견이었다.
그렇게 신혼여행을 갔을 때부터 피임을 하지 않았다. 태어나서 피임을 하지 않고 관계를 맺은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그다음 달에 임신이 된 거 아닐까 많이 걱정했지만, 다음 달 자연스럽게 생리가 시작되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역시 임신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니구나.'
'우리 나이도 있고, 체력도 이렇게 안 좋은데 임신이 되겠어..?'
결혼을 준비하며 나는 체력적으로 많이 소진되어 계속해서 골골대고 있었고 남편도 결혼식 이후 계속해서 지방출장이 있었기에 주말부부였던 우리에게 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런 생각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피임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마지막 생리를 한 5월이 지나 6월 중순이 되었다.
생리 예정일이 지났는데 생리가 시작되지 않았다.
'이상하다. 생리할 때가 된 것 같은데,, 통증은 계속 있는데 왜 생리를 안 하지?'
예정일을 지나도 생리는 시작되지 않고, 배에는 생리통과 같은 복통이 계속 있었다. 나는 워낙 생리 전 증후군이 심한 사람이라서 생리를 시작하기 전에 생기는 이 불편한 느낌을 너무나 싫어한다.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최근에 결혼 준비와 퇴사 준비, 이사 준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아서 생리가 늦어지나? 그러기에는 찌르는 듯한 복통도 너무 심한데,, 자궁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몸이 불편해서 잠이 잘 오지도 않았고, 어느 날에는 유방에 처음으로 겪는 통증이 있었다.
마치 살 속에서 라이터로 불을 지폈다가 끄는 것처럼 특정 부위에 2분 정도를 주기로 통증이 있었다.
'아.. 이런 통증은 처음 겪는 건데,, 이거 유방암 초기 아니야..?'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