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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예비) 부모가 되어버린 것 같아

by omoiyaru

알 수 없는 복통과 유방 통증이 계속되자 나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주변에 임신을 한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혹시 임신 초기에 통증이 있는지 물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통증이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대답을 듣고 나자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몇 년 전 건강검진에서 유방에 석회가 보인다는 소견을 받은 적이 있었고, 평소에 자궁에도 물혹이 있어서 경과를 지켜보고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질에서 피가 나오는 일이 있었다. 핏방울 3~4방울 정도로 보이는 양과 갈색혈흔이 묻어 나왔었다. 처음에는 생리가 시작되는 건 줄 알고 생리대를 며칠 동안 차고 다녔는데 생리가 시작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착상혈이라는 게 있다고 했다. 아마도 착상혈이었던 것 같다.)





임신을 한 친구에게 생리를 안 하고 복통이 있다고 물어보자, 일단은 임신 테스트기를 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약국에서 테스트기를 사서 3,4일이 지난 시점에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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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선명한 두줄.................

임신을 했던 친구에게 보내주니 자기가 임신했을 때보다도 뚜렷한 선이라며 이건 확실한 임신이라고 했다.


'진짜로...????'


너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서 남편에게 서프라이즈를 한다거나 하는 생각도 못해보고 바로 사진을 전송하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엥?? 이거 잘못된 거겠지?'라고.


남편에게 바로 전화가 와서, 확실한 것 같다며 병원을 가보자고 했다.

나는 어쨌든 통증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안 그래도 병원은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그리고 만약 임신이 맞다고 해도 통증이 있다는 건 '자궁 외 임신'과 같이 무언가 잘못된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으니, 애석하게도 모든 일들을 어린 시절처럼 그저 순수하게 만끽하고, 기뻐할 수가 없다.

그것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고 나서 기뻐해도 늦지 않는다는 식의 방어적인 모습을 갖게 된다. 그리고 당장에는 기쁨으로 보이는 일들도 살아가다 보면 어떤 식으로 바뀔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견뎌온 세월 속에서 너무 많이 느껴버렸다. 철이 들어버린 것이다.


나는 겁이 나는 마음으로 며칠을 견딜 수가 없어 주말에도 영업을 하는 산부인과를 예약하고 혼자서 방문했다. 주말에도 많은 부부들이 병원에 있었는데 선생님 1분께서 진료를 보다 보니 대기시간만 2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어렵게 만난 선생님께 먼저 테스트기 사진을 보여드리니, 이건 애매하지 않고 확실한 2 개선이라 임신으로 보인다고 하셨다. 하지만 주차가 짧으면 초음파를 보더라도 아기집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며 나의 마지막 생리일을 들으시고는 시기상 굳이 추천하지 않으셨다.


애써 병원까지 왔는데 그저 일주일 동안 기다려보라는 답변을 들으니 망연자실한 나는 그래도 출혈과 통증 때문에 '자궁 외 임신'이 걱정된다고 하니 자궁 외 임신을 진단하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다음 주에 아기집이 생겼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그 외의 방법은 없을지 문의하니, '피검사'를 통해 수치를 보면 임신여부도 확실히 알 수 있고 자궁 외 임신도 판가름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피검사를 마치고 하루가 지나고 나서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금 피검사 수치가 1500이 넘으셔서 임신 확정이시고요. 선생님께서 이 정도 수치면 아기집도 보일 것 같다고 하시니 내방일정 잡아드릴게요"



그렇게 우리는 (예비) 부모가 되어버렸다.


남편과 같이 방문할 날짜를 잡고 그날 초음파를 보기로 했다. 나는 주변에 자궁 외 임신을 하고 고생했던 지인이 있던 터라 이 부분이 계속 신경 쓰였다. 만일 자궁 외 임신이라면 약물 또는 시술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이왕 임신이 맞다면, 자궁 내 임신이어라!!' 병원에 가기 전까지 이렇게 기도했다.


그리고 대망의 병원방문일.


긴장되는 마음으로 순번을 기다린 후 초음파를 보았고, 무사히 아기집과 난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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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잔존하고 있는 물혹이 혹시라도 더 커지거나 터지게 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으나 물혹 상태가 나쁘지 않아 보이고 물혹을 갖은 채로 출산까지 잘하는 산모들이 많으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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