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을 하며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채 지내던 나는 2025년 7월,
드디어 8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백수의 삶을 선택했다.
그동안 근무하며 모아놓은 돈과 퇴직금, 그리고 어느 정도의 금융소득이 뒷받침되었기에 퇴사라는 선택에 두려움은 없었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매일같이 울리던 회사사람들로부터의 연락에서부터 해방되자 매일같이 잠을 자도 항상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던 무거운 짐덩어리가 사라져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며 오랜 기간 노출되었던 근무환경에서의 압박감과 일종의 패배감과 무력감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다. 누구보다 의욕이 앞서고 진취적인 모습으로 일하던 나는 직장상사가 바뀌고 근무부서가 바뀌는 등의 변화를 겪으며 조금씩 업무의욕을 잃어갔고, 퇴사를 앞둔 몇 년 간의 회사생활에서는 정말 너덜너덜함 그 자체였다. 너무 많은 사람들과 일들 속에서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퇴사 후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것과는 별개로 지속적인 무기력함에 시달리고 있다.
퇴사 후 2달 동안 나는 이유 모를 무기력감으로 집에서 '그저 숨이 붙은 채 살았다.' 그동안 너무 혹사하며 살아왔던 삶에 대한 반대급부의 반응인 것인지 내 몸과 마음은 고장 난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잠도 잘 오지 않아 밤낮이 바뀐 지는 오래이다. 늦게 자고 늦잠을 자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저 그렇게라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각을 비워내며 살아내고 있다.
그만큼 매일같이 얼굴을 보고 지내던 사람들의 영향은 어마무시한 것 같다. 아무리 독고다이처럼 지낸다고 한들 조직이라는 곳에서는 주변인들의 평가를 무시할 수 없기에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퇴사를 한 뒤에 한동안은 '사람' 그 자체를 보기가 싫었다.
특히나 회사에 관계된 사람은 더더욱 그랬다. 타 부서 사람들의 경우, 악감정이 있는 것이 전혀 아니었지만, 그들로 인해 다시금 회사를 상기시키게 되는 상황 자체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하기도 했다. 그만큼 나는 회사에 그리고 사람에 진절머리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2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10월이 되자 나는 조금씩 회복을 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 거부감 때문에 한동안은 친구들과의 만남도 절제했다. 그러던 내가 이제는 조금씩 다시 친구들도 만나고, 새로운 것에도 다시 도전을 해보고 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원대한 꿈을 품고 거기에 몰두하고 직진하는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그에 비해 많이 소극적이고 에너지도 예전만 못하지만 그럼에도 한 자리에 정체되어 있기보다는 한 발씩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긍정적인 것 같다.
지금은 하나씩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쌓아 올리고 있다. 내일 배움 카드를 통해 수업을 들으며 일단은 수업을 모두 출석하는 것, 교육을 무사히 수료하는 것을 목표로 도전을 하고 있다. 배우는 과정도 자격증 취득이나, 너무 머리 아픈 과정보다는 그저 단순히 실생활에 유용할 수 있는 과정으로, 취미처럼 배울 수 있는 과정에 도전 중이다.
마음이 편한 상황에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니 다시금 삶에 대한 희망과 재미가 살아나는 것 같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진절머리를 느끼던 나는 요즘 아주머니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게 하나의 재미요소가 되었다. 오랜만에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게 된 것도 그런 영향일 것이다.
그렇게 다시금 주변 환경이 정리되어 감에 따라 내 미래에 대한 고민도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뭘 어떻게 하겠다는 마음도, 에너지도 없지만, 내년쯤에는 다시 사회생활도 시작하고 싶고 그때에는 나에게 잘 맞는 곳에서 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하여 지금 이 시기에 내가 해놓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하나의 고민이 끝이 나면 또 다른 고민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어느 책에서 봤던 구절 중에 그런 말이 있었다. 강물이 계속해서 흐르는 것이 마치 인생과 같다는 문구였는데, 흐르던 강물이 고이면 썩게 되듯이 인생은 강물처럼 계속해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인생은 변화할 수밖에 없으므로 변화하는 삶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갖고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였다. 이 말은 나에게 큰 공감과 위로를 주었다.
앞으로 남아 있는 휴직기간동안 충분한 고민과 성찰을 통해 지난 시절의 나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의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