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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Lucy May 01. 2024

28화. 캥거루족이 문제가 아니었네

캥거루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근거! 여기 들고 왔습니다!

지난주 진짜 캥거루족이 문제냐며 성토한 글을 올리고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이렇게 후속작을 들고 왔다. 지난 글 말미에 '캥거루족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이유'에 대해 적어보겠다고 말을 했는데 사실 이 글은 나조차도 지레짐작만 했던 원인을 좀 더 선명히 들여다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일단 한번 시작을 해보도록 하지요.


'캥거루족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경제적인 이유다. 가장 큰 건 집값. 물리적/경제적 독립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독립된 거주이기도 하고 캥거루족을 대상으로 한 여러 설문조사에서 집값에 대한 언급이 잦다 보니 집값을 가장 먼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가격이 지난 몇십 년 동안 꾸준히 올랐다고 생각은 했지만 어느 정도 올랐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쨔쟌.


출처: 이미지 내 기재

부동산 가격..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1986년과 비교했을 때 아파트 매매가는 거의 4.5배 이상 올랐다. 그럼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종합 가격은 어떨까?


출처: 한국의 사회동향 2023 - 통계청

역시나 패턴이 비슷하다. 다만 기타 지방에 비해 서울, 수도권, 5개 광역시 등 젊은 세대가 일자리를 위해 모이는 지역의 상승세가 더 가파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전세 가격 역시 매매가와 비슷한 패턴으로 올랐는데, 주택 구입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덜한 선택지였지만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전세 사기 범죄로 인해 선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작년 중순 기준 서울에서만 발생한 전세사기 건수는 3천 건이 넘고 피해액은 7,000억 원에 달하며 피해자 중 반은 2030 세대다)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니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야 하고, 그게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아파트 가격을 부담하거나 다달이 높은 월세가를 감당해야 한다니. 이런 죽음의 버뮤다 지대가 어디있담?.. 화를 가라앉히고 그럼 실제 청년들의 주택 보유율이 낮은지 한번 확인해 보자.


출처: 한국의 사회동향 2023 - 통계청

위의 지표를 살펴보니 40세 미만 2030 세대의 무주택가구 비율은 부모세대인 60세 이상의 2배 이상이다. 주택공급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청년세대의 무주택가구 비율이 저 정도로 높다는 건 청년세대가 소비할 수 있을 만큼의 가격 형성이 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 


출처: 한국의 사회동향 2023 - 통계청


그럼 여기에서 자산도 한번 살펴볼까. 60세 이상은 소득 수준이 타 연령대에 비해 제일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산, 순자산 규모가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50-59세와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다. 위의 무주택가구 비율을 감안했을 때 주택 보유 여부가 영향을 많이 미친 듯하다. 현 부모 세대가 청년 시절에 구매한 주택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면서 가격이 올라서 그런 것이든, 높은 주택 매매가를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이든 둘 중의 하나겠지만 개인적인 추측으론 전자가 유효할 것 같다는 생각. 한편, 2030 세대는 60세 이상보다 소득은 더 높았지만 부채 금액도 더 높았고 자산과 순자산은 60세 이상보다 매우 낮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2022 서울청년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19~36세 청년 기준 자산 빈곤율은 55.6%, 개인 소득 빈곤율은 37%에 달한다고 하니, 전반적인 경제 수준이 부모 세대 대비 한참 못 미침을 알 수 있다.


그럼 대체 2030 세대는 일을 하는데도 왜 돈이 없는 걸까? 빤하지만 물가 상승, 임금 격차 등에서 기인할 수 있다고 하겠다. 물가 상승이야 전 국민 모두가 타격을 받는 문제니 차치하고, 임금 격차에 대해서만 잠깐 언급하자면 대부분의 2030 세대가 근무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격차는 2.1배 수준이다.(그럼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은 캥거루족 아니고,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들만 캥거루족이냐 하실 수 있고 저 또한 그게 궁금합니다만.. 우린 여기에서 '대체로'의 청년 세대를 이야기하는 것이니 이렇게 밖에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상위 20% 임금근로자와 하위 20%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격차는 간격을 줄이는 듯하다 최근 다시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경기 악화가 저임금 근로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는데, 대부분의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누릴 수 없는 한 경제적 빈곤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 보면, 캥거루족이 될 수밖에 없는 경제적인 이유로는 고물가, 낮은 임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높은 집값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군요.


그럼 삶의 질 문제를 한번 들여다볼까.


출처: 한국의 사회동향 2023 - 통계청


일단 위의 지표로 수도권에 캥거루족이 밀집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겠다. 타지역과 비교했을 때 수도권에서 청년독거가구와 부모동거가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차이나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 일자리와 모든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출처: 한국의 사회동향 2023 - 통계청


상단 왼쪽 지표를 확인했을 때 수도권/광역시에 사는 청년독거가구에서 유일하게 만족도가 양수로 나온 항목이 대중교통 이용이라는 것을 보면 독립을 한 이상 출퇴근이 편한 역세권에 사는 것을 선호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항목에 있어서는 죄다 만족도가 음수다. 반면 부모 동거가구의 만족도는 대부분 비슷한 수준으로 높다. 특히 인구 밀도가 엄청난 수도권에서 치안 및 범죄 등 방범 상태가 타 그룹 대비 높게 나타난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결국 삶의 질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요소들이 독거를 하면서는 대부분 충족되지 않으나 부모와 동거를 통해서는 모두 충족될 수 있다. 상단 오른쪽의 객관적인 지표를 봤을 때도 청년독거가구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음수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부모 동거가구는 재난, 재해 안정성 측면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양수를 기록한다. 청년독거가구로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삶의 질과 부모와 동거를 하면서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이 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 매우 뚜렷하게 차이 남을 알 수 있다.


위에 있는 내용들을 모두 종합해 보면 청년세대는 임금 격차와 물가 상승률 대비 적은 임금으로 경제적으로 빈곤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에서 높은 집값에 허덕이고 전세 사기 등의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또한 여러 지표를 확인했을 때 독립한 청년과 캥거루족의 삶의 질은 매우 차이가 난다. 여기엔 그 어떤 변명도 깃들어있지 않다, 그저 사실만이 자리할 뿐. 캥거루족이 되고말고는 개인의 선택이라해도 사회적 측면으로 봤을 땐 생기는 게 전혀 이상할 법 없는 상황이다. 아니, 오히려 안되는 게 이상하달까.


자료를 조사하면서 흥미로웠던 건 캥거루족을 대하는 기사의 논조가 변화하는 양상이었다. 캥거루족이 처음 언론에 언급된 것은 IMF가 발생했던 1997년도로, 이 때는 '졸업시즌이 됐는데도 대학을 떠나지 않는 한심한 학생들'이라 언급하며 캥거루족의 원래 의미대로 사회생활을 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학생들을 비판한다.(본 글의 맨 처음 삽입된 이미지를 보면 이때만 해도 아파트 매매가가 미친 듯이 솟아오르진 않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논조에 변화가 생긴다. '극심한 취업난에 어쩔 수 없이 부모 집에 눌러사는 것'이라며 일견 변호하는 모양새도 취한다. 개인적 의지의 부재라기보다는 사회적 요인에 의해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느낌이다.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자 경기 침체와 실업난으로 유행했던 '3포 세대', '5포 세대', '7포 세대' 이야기가 나오면서 캥거루족의 존재에 사회구조적 원인이 있지 않냐는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직장이 있거나 결혼을 해도 부모와 동거하거나 지원을 받는 '신캥거루족'에 대한 언급이 시작된 시점도 이때다.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며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수입을 이어가던 청년세대들이 타격을 받자 캥거루족의 규모는 더욱 커지고 전 세계적으로 캥거루족'을 그대로 냅둘 것이냐'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는다.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모두가 허덕이는 지금, 캥거루족은 부모의 평탄한 노후 생활을 막는 짐덩이가 되었다. 이전과 비슷하게 사회, 경제적으로 모두가 힘들어졌는데 중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논조가 급격히 우회전을 한건지 궁금해진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대 갈라 치기를 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게 있길래 이런 걸까? 아니면 그동안 삶이 더 팍팍해져서 이제 캥거루족의 모습을 더 이상 봐주기 힘들어진 걸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캥거루족이 존재하기까지 쌓인 많은 원인들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란 것이다. 캥거루족의 일원으로서 이 방대한 사회구조 속에 해결책을 찾긴 쉽지 않지만, 오늘 이 글을 통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다음 주에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찾아볼까. 아,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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