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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요

브런치스토리에서 시작된 <퇴근의 맛> 출간 스토리

by 그림형제


2023년 5월. '라면의 세계관'이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스토리 첫 글을 올렸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2024년 9월. 모 출판사로부터 한 통의 출간 제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물론 브런치스토리의 '작가에게 제안하기'를 통해 전해온 메일이었습니다. 많이 알려진 대형 출판사가 아니었기에 잔뜩 경계하는 마음으로 회신했습니다. 자비 출판 같은 것이라면 생각이 없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다시 메일이 왔습니다. 자비 출판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한 달 후 저는 계약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저는 총 3편의 브런치북을 연재하였습니다. 그 3편 모두 출판계약을 맺게 된 것입니다.


저는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것도, 문예창작을 전공한 것도 아닙니다.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고, 작법서를 읽어본 적도 없습니다. 출판사에 투고해본 적도 없습니다. 매년 브런치 공모전을 비롯해 여타 문학공모전에도 몇 번이나 응모해 보았지만 단 한 번도 입상 근처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퇴근의 맛>이 처음 브런치스토리에 브런치북으로 연재되기 시작했을 때는 '직업 그리고 저녁식탁'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픽션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저와 계약한 3편의 원고 중 이 원고를 가장 먼저 책으로 만들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직업 그리고 저녁식탁'의 기존원고는 단행본으로 출간하기에는 분량이 부족했습니다. 각 에피소드의 분량을 보강하는 한편 몇 편의 에피소드를 추가해서 총 스무 편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그 후로 몇 달간 원고 작성에 집중했습니다.

경험해보지 않았던 직업을 묘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일상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전 조사가 필요했습니다. 혼자 문헌적 조사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간혹 주변 지인들을 통해 소개받은 분을 만나 사실적인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물론 챗GPT가 상당 부분 조사에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챗GPT라는 녀석이 어떤 때는 '생성형' AI 본분에 충실한 나머지 사실과 다른 답을 창의적으로 꾸며대는 바람에 애써 작성했던 원고를 왕창 수정해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원고가 완성되어 출판사로 보내졌습니다.


문학도도 아니었고 출판업계 종사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책을 출간한 이후에 어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감이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문외한이었죠. 아주 상식적인 것도 몰랐다가 출판사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독자들에게 내 책을 알릴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던가요. 제가 책 홍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통에 출판사 쪽에서는 조금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마저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두 가지 마케팅 방안이 도출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맛집 쿠폰'과 '추천사'를 통한 마케팅이었습니다.


<퇴근의 맛>은 각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들이 묘사됩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음식 메뉴들이 등장합니다. 각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작가의 단상'이라는 쪽코너에서 그 음식 메뉴를 맛있게 하는 식당을 간단하게 소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맛집 중 몇 곳을 섭외해서 쿠폰을 제작하자고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서 직접 맛집들을 방문하였습니다. 할인 쿠폰 협업을 요청하는 내용의 제안서를 들고 맛집 업주님들을 만나 설득했습니다. 어떤 분은 거절하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생각해 보겠다고 하셨지만 연락이 끊긴 분도 계셨습니다. 다행히 다섯 곳의 맛집 업주님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고맙게도 할인 쿠폰 발행과 음식점 사진 사용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출판 후 책을 구매하시는 독자분들께 판촉용으로 증정해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퇴근의 맛> 출간에 할인 쿠폰으로 협조해 주신 맛집 식당의 소개 페이지


6/18~6/22 국제도서전에서 독자분들은 도서 구매 시 증정받은 할인 쿠폰으로 아래의 맛집 식당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태국 현지 음식의 깊은 맛을 선보이는 "반피차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 : 음료 무료

▶ 한 번만 먹은 사람이 없는 마라전골의 성지 "천진영감" (서울 강남구 역삼동) : 바삭한 콘튀김 무료

▶ 육즙 가득한 수제버거의 진수 "바스버거(서소문시청역점)", "바스버거(선릉점)" : 15% 할인

▶ 이미 MZ들 사이에선 핫플이 된 파스타와 스테이크 맛집 "테이커테이블" (서울 서대문구 연남동) : 5% 할인

▶ 건강하고 정갈한 맛의 기품이 있는 "미반 미역국정찬" (서울 서초구 서초동) : 5% 할인



두 번째로 책 홍보를 위해 실행에 옮겼던 것은 바로 추천사였습니다. 보통의 추천사는 저명한 분이나 해당 분야에 권위 있는 분이 써주실수록 독자로 하여금 책 내용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편, <퇴근의 맛>은 교사, 간호사, 경찰, 요리사, 헤어디자이너, 수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20명이나 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 속에 등장하는 직업을 가진 분이 추천사를 써주시는 것이 의미도 있고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실제로 그런 직업을 갖고 계신 분들을 어디서 어떻게 찾느냐 하는 것이었죠.

브런치스토리는 다양한 직업을 갖고 계신 분들께서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공간입니다. 그래서 브런치스토리에서 찾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에게 제안하기' 기능을 이용해 출간 예정인 책에 대해 설명하고 정중하게 추천사를 부탁드렸습니다. 맛집 섭외할 때와 마찬가지로 역시나 많은 분들께서 무응답으로 거절하셨지만, 그래도 여덟 분의 작가님들께서 응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저의 원고를 읽어보시고 과분한 추천사를 써주셨습니다.




▶ 26년 차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매일같이 읽고 쓰기의 루틴을 놓지 않으시는 '다작이' 작가님

▶ 전직 은행원으로 잔잔한 일상의 감동이 깃든 글을 쓰시는 '신아' 작가님

▶ 변호사가 되신 지 4년째이시지만 아직도 꿈을 찾고 계신다는 "변호사 G씨" 작가님

▶ 곧 첫 출간을 앞두고 계신 정신전문 간호사 "엘엘리온" 작가님

▶ 제 원고 내용 중 동물에게 사용하는 약물에 대한 꼼꼼한 조언까지 해주신 수의사 "예일맨" 작가님

▶ 실력 있기로 동네방네 소문난 16년 차 헤어숍 원장 "조효진" 작가님

▶ 맛집으로 소문난 다이닝 레스토랑을 두 개나 맡고 계신 고인물 셰프 "동기" 작가님

▶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범죄와 싸우시는 경찰수사관 "창순이“ 작가님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원고를 완성하고 책의 홍보를 위해 발로 뛰고 많은 분들과 소통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오기까지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직업에 관한 정보를 조언해 주신 분들, 맛집 식당에 대한 도움을 주신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출간을 위해 투고를 해 본 적도 한 번 없는 저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요. 글을 쓰는 실력이 좋아서가 아닌 것은 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책을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마치 세상에 태어나는 아기를 많은 사람들이 축복해 주는 것처럼,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손길과 도움이 있었습니다. 이 또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5년 6월. <퇴근의 맛>이라는 제목으로 저의 첫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6/18~6/22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많은 독자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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