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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술'을 읽고

[도서 리뷰] 쑬딴 작가님의 세계 속 술 이야기

by 그림형제

지난 2025 서울국제도서전은 저에게는 제 첫 책을 선 보이는 자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관계의 지평을 넓히는 자리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바로 쑬딴 작가님을 만났던 것이 그렇습니다. 큰 체구에 사자 갈기 같은 흰머리, 듬성듬성한 수염의 호방한 인상의 쑬딴 작가님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작가이시기도 하면서 북카페를 운영하시고 출판사도 하고 계신 그야말로 업계의 고인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언뜻 보아도 저보다 형님 연배이실 것 같은 쑬딴 작가님은 감사하게도 이번 도서전에서 저의 첫 사인 도서를 구매하셨습니다. 왠지 저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쑬딴 작가님의 책을 한 권 구매하기로 하였습니다. <퇴근의 맛>이 첫 출간이었던 저와는 대조적으로 쑬딴 작가님은 벌써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신 터라 감히 추천을 부탁드렸습니다.


"술 좋아하세요?"


이렇게 물어보는 쑬딴 작가님. "네, 좋아하죠."라고 대답하자 집어 주신 책이 바로 <개와 술>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책에 멋진 캘리그래피 느낌의 글을 적어 주셨습니다.

개와 술 사인.png


펜타클 출판사와 협의된 일정에 따라 저는 도서전에 금, 토 이틀간 가기로 하였는데 삼성동 코엑스를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마침 가방 안에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한 권 있긴 했지만 읽다가 흥미가 떨어져 그만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기에, 훌륭한 구원투수를 만남 셈이었습니다.


쑬단 작가님은 한때 대기업에서 일하시며 업무상 해외 출장이 잦았다고 합니다. 이야기들은 주로 쑬딴 작가님이 해외 출장, 또는 해외여행, 또는 해외에 거주하시면서 일어난 일들이 많습니다. 물론 한국이 배경인 이야기들도 많이 있습니다. 총 2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술과 관련된 사건이나 술에 대한 감상들이 유쾌하고 재치 있는 문체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쑬딴 작가님이 얼마나 술을 좋아하시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들도 하나 같이 모두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에 대한 헌정의 의미루다가 그림형제 스타일로 뻘짓을 좀 해보았습니다.


아래는 쑬딴 작가님의 책 <개와 술>의 목차를 정리한 것입니다. 각 이야기별로 다양한 국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그것을 정리해 보았고, 또한 각 편마다 마시는 술의 종류도 다양해서 이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만취도'라는 것은 취한 정도를 표시한 것으로 글 속에 설명, 묘사된 것을 토대로 제 나름의 판단 기준으로 측정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주사력'이라는 것은 술에 취해 주정을 부려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정도를 5점 척도록 표시한 것입니다. '만취도'와 '주사력'의 측정 기준이 궁금하신 분들은 저의 브런치북 '이렇게까지 탐구할 일이냐고'의 2화 '나 안 취했다니깐! - 행동징후로 알아보는 술 취한 인간 판별법'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쑬딴 표.png ⓒ 그림형제

책에서 쑬딴 작가님은 총 14개국에서 체류하시며 총 9가지의 술을 드셨습니다. 25편의 이야기 속에서 72%에 해당하는 18회에 걸쳐 술에 취하셨으며, 그중 5회는 만취하셨습니다. 즉, 20%의 확률로 만취하신 꼴입니다. 총 애교 수준에서 민폐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사가 표현되어 있으며, 전체 이야기의 56%에 해당하는 14편의 이야기에서 크고 작은 주사가 있었습니다. 그중 4번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책에 기술된 이야기들을 국가별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쑬딴 작가님은 <개와 술> 책 속에서도 자랑스러운 한국인답게 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음주활동을 해오신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아랍에미레이트(UAE)이고, 독일, 이란, 멕시코 순이었습니다.

국가통계.png ⓒ 그림형제


<개와 술> 속에서 즐겨드신 술은 맥주(44%)였습니다. 하지만, 쑬딴 작가님을 만취하게 만든 술은 와인, 막걸리, 위스키, 폭탄주, 칵테일이 각 1회씩으로 가장 자주 마시는 맥주로는 잘 만취하시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주종 통계.png ⓒ 그림형제


<개와 술>은 단지 술 마시고 개 되는 이야기들의 나열이 아닙니다. 나름의 숨은 반전이 있는 매력적인 책이기도 합니다. 왜 개에 대한 이야기는 안 나오고 계속 술 마신 이야기만 나오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깜짝 반전 첫 번째는 중간 '인터미션'에서 밝혀집니다.

또한, 기혼자이신 쑬딴 작가님의 음주행각을 옆에서 지켜보시고 뒤치다꺼리를 가장 많이 하셨을 아내분에 대한 반전도 숨겨져 있습니다. 저는 절반 정도 읽은 즈음에 뭣도 모르고 도서전 행사장에서 쑬딴 작가님께 얘기했었습니다.


"사모님께서 인내심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쑬딴 작가님은 껄껄 웃으시며 보살 수준이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맨 마지막에는 엄청난 반전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김여사'로 표현된 쑬딴 작가님의 아내분의 내공도 만만치 않음을 말입니다.


시종일관 술 취해 헤롱거리는 이야기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날을 돌아보게도 하고, 의미를 생각해 보게도 합니다. 특히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와 목련 꽃잎 이야기가 저에게는 그러했습니다.


유쾌함과 감동, 그리고 재미까지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개와 술>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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