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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어떤 날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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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Aug 13. 2021

짧은 생각 #1





점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준비물은 검은 색종이와 바늘이라고 했다.

검은 색종이에 바늘로 점을 하나 찍었다. 전등을 끄고 깜깜한 곳에서 봤다.

점이 별이 된다고?

뭔가 빛나는 거 같긴 했다.

밑져야 본전이니 시작해 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점으로 만들고 싶은 것을 정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점을 찍으며 생각해 보기로 했다. 점을 찍다 보니 ‘점’이라는 말이 궁금해졌다.     


점(點) 

[명사] 1. 작고 둥글게 찍은 표. 

2. 문장 부호로 쓰는 표. 마침표, 쉼표, 가운뎃점 따위를 이른다. 

[의존명사] 3. 성적을 나타내는 단위.      

작고 둥글게 찍은 것은 온점, 콩나물처럼 작은 뿌리가 있는 것은 반점.


이래서 이 말이 나왔나?

하지만 원래 이름은 마침표와 쉼표였다.

맞춤법 규정이 바뀌고 한동안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린 문장 부호의 이름이 헛갈렸더랬다. 

바뀐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점의 원리에서 보면 온점과 반점이란 이름이 맞다.

그러나 문장의 입장에서 보면 마침표나 쉼표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문장의 마침을 알리고, 문장에서 쉬어가자는 의미이니.

어쨌거나 지금은 둘 다 맞다.     

그래서 그때는 맞았던 것이 지금 틀릴 수 있고, 그때는 틀렸던 것이 지금은 맞을 수 있는 것이다. 관습에 대한 유연함이 필요한 이유다.

사람들이 이름을 바꿨을 때 주는 혼란과 비슷하지 않을까.


어제까지 미숙이라 불렀다가 오늘부터 ‘숙자라고 불러줘’라고 하면 익숙하지 않은 것 아닌가.

그래서 이름은 존재의 의미라 노래했던 김춘수의 시 ‘꽃’이 좋은가보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름, 중간에 바꾸면 의미도 바뀐 것 같은 낯섦. 

낯설어서 좋은 게 있고, 싫은 게 있다.

온점과 반점, 마침표와 쉼표가 그랬다.

점으로 시작해서 반점이 됐다. 마침표로 시작해서 쉼표가 되었다.

완전에서 반, 마침에서 다시 쉼.

맞고 틀리고에 상관없이 이렇게 굴러가는 세상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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