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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어떤 날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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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놀 Aug 13. 2021

월리를 찾아라!

짧은 생각  #6




92년생 딸이 무척 좋아했던 책이 있다.

월리를 찾아라!

월리를 찾으면서 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나는 딸과 대화를 나누면서 딸이 천재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시기 천재성을 보인다. 

부모의 눈엔 더욱 크게 보일 뿐.

월리를 찾던 딸이 이렇게 물었다.

“내가 만약 길을 잃어서 월리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 숨어 있어서 찾을 수 없으면 어떡해?”

“우리는 월리를 찾는데 실패한 적이 없어, 너를 찾는 것도 절대 실패하지 않아. 언제 어디에 있던지 말이야. 끝까지 찾을 거야.”
뭉클했었다.



그러던 딸이 5학년이 됐을 때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외로움을 운운하며 눈만 뜨면 “강아지!”를 노래했다.

그때 입양한 강아지가 ‘월리’다.

딸은 강아지를 안고, “월리야, 네가 어디 있든, 난 너를 찾을 수 있어.”라고 속삭였다. 

존재의 소중함은 이렇게 어디 있든 찾을 수 있는 데서 오는 건가 보다.

월리는 참으로 잘 생겼다.

이마가 훤하고 눈이 크고, 맑으며 눈동자가 검다. 얼마나 검은지 흰자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눈 흘길 때 흰 눈동자를 보고 “이리 와 봐! 월리도 흰자 있어”라고 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얼굴에서 또 하나 까만 부분은 바로 코였다. 멀리서 보면 세 개의 까만 점만 보였다. 그래서 하얀 털이 더 돋보였다. 그렇게 딸과 나는 월리의 외모에 빠져 예찬 일색이었다.

월리는 자고, 뜯고, 먹고, 뒹굴고, 뛰며, 먹는 것에 집착하고 애정에 노골적이었으며, 원하는 건 뭐든지 얻을 애교도 많았다.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거치면서 두 번의 탈출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잡혀서 길 위에 떠도는 슬픈 운명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역시 우리는 ‘월리’를 찾는 데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월리는 산책을 좋아했고, 모험심도 많아 새로운 장소를 가는 것을 좋아했다. 산에 오르거나 바닷가에서 산책하는 것도 좋아했다. 사과를 훔쳐 먹을 때는 위에서 동그랗게 파먹고, 택배 멜론 상자를 온종일 뜯어서 멜론도 먹었다. 

동그랗게.


그랬던 월리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사료에 섞어 먹이는 약이 늘어났고, 까맣던 눈동자가 회색으로 변하고 코도 촉촉하지 않았다. 

산책보다는 따뜻한 햇볕 아래 잠자는 걸 좋아했고, 관절염 때문에 걷는 것도 쉽지 않고, 기침이 잦았다. 그렇게 월리는 늙어갔다.


우리는 월리의 어린 시절이 그리웠다. 

하지만 늙어가는 월리도 소중했다. 

월리는 그렇게 떠났다. 

딸이 5학년 때 우리 집에 와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닐 때까지.

죽 지.켜.봤.다. 

월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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