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11
루나 엠버시는 달을 분양하는 미국의 부동산 회사다.
꽤나 인기 있었던 달 분양은 현실의 돈으로 미래의 꿈을 사는 것이다.
우주 부동산 사업으로 약 70억 원을 벌었다는 것을 보면 꿈에 대한 투자가 인색하지 않은 것 같다.
1 에이커, 약 4000제곱미터당 각종 비용을 모두 더해 24달러에 일괄분양 중이니 땅 부자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우주의 땅 부자가 될 절호의 기회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우주 부동산에서 관심을 돌려 어딘가 나 혼자만 아는 땅뙈기를 분양받고 싶었다.
가끔 산책을 나가는 공원에 땅을 내 땅이라고 생각하며 걷는 것이 심심하지 않을 듯했다.
그래서 여러 날을 고심한 끝에 그네가 있는 땅을 분양받기로 했다. 공원에서 가장 좋은 위치다. 연못이 가까이 있고, 몇 년 전 정원박람회 때 꾸며놓은
작은 정원들이 가까이 있어서 풍경이 좋았다.
무엇보다 그네가 최고의 인기다.
그네가 있는 정원을 중심으로 주변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까지 포함하면 그보다 좋은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렇게 해서 나는 정원을 분양받고 공원에 갈 때마다 들여다봤다.
어떤 날은 할머니 두 분이 임영웅 노래를 틀어놓고, 흔들거리고 있었고, 어떤 날은 연년생으로 보이는 자매가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에 그네가 흔들리고 있었다. 또 어떤 날은 강아지와 함께 앉아 통화를 하고 있는 남자, 어떤 날은 고등학생 커플이 애꿎은 신발을 차며 앉아 있었다.
내가 그 땅을 분양받기 전에는 그냥 지나쳐갔을 풍경들이 세밀하게 기억 속에 저장되었다.
의미 두기와 소유라는 개념은 이토록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땅이 좋아졌다.
모든 사람이 이용하고 있는 공원의 한 부분이 내 땅이라는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즐거움을 느꼈다.
소유의 즐거움을 한껏 느끼며 그것을 남과 나누고 있다는 즐거움이 더해졌다.
아마도 나눔의 즐거움이 이런 것이리라.
나는 공원을 산책할 때마다 내가 분양받았다고 점찍어 놓은 그네가 있는 자리를 지나갔다.
어쩌다 그네가 비어있으면 타기도 했다.
달까지 가지 않아도 주변에 마음으로 세 들어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나눠쓰시라.
나희덕이 시에서 ‘마음으로 세 들어 살고 있다’는 시골집처럼 참으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