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의 쓸모

by 최오늘

“귀여워” 내가 입버릇처럼 자주 하는 말이다. 습관적으로 나오는 추임새 같아 보일 수 있지만 다르다.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는 말이다. 너무 자주 귀여워를 내뱉어서 Siri도 귀여워라는 말은 귀신같이 알아듣는다. 혼잣말로 한건데 무조건 반응을 해서 이제는 좀 귀찮아할 정도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책상 위에도 귀여운 것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작고 귀여운 토토로 피규어들이 옹기종기 모여 나를 바라본다. 철제로 된 수납공간에는 귀여운 작은 노트와 메모장 들이 꽂혀있고, 유미의 세포들 자석 들이 귀여운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노란색 컵에는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붙어 있고, 안경집에는 스누피 친구들이 그려져 있으며, 스텐드 밑에는 뚱한 표정의 별의 커비 인형과 인사이드아웃 슬픔이가 우울한 얼굴로 귀엽게 누워있다. 바라보는 벽면에는 귀여운 일러스트 엽서들, 인생네컷 사진들,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작은 달력이 붙여져 있다. 책상에 앉기만 하면 귀여운 것들로 둘러싸이게 된다.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어쩌다 보니 어디선가 ‘귀여워! 너무 귀여워서 안 살 수가 없다!’를 외치며 하나씩 사 모은 것들이 나의 공간을 귀엽게 만들어 주었다. 지난번 문구페어에 가서 잔뜩 사 온 귀여운 것들을 함께 살고 있는 연순에게 보여주며 신나서 설명했는데, 쓸데없는 것들만 잔뜩 사 왔다며 핀잔을 받았다.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친구에게 일본 여행 가서 산 귀여운 물건을 보여줬다. 내가 기대한 반응은 함께 귀여워하는 것이었지만, 그 친구의 첫 번째 말은 “무슨 용도로 쓰는거야?” 였다.


귀여움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때도 있지만, 나는 귀여움의 가치를 삶에서 너무나도 잘 누리고 있기에 개의치 않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책상 앞에 귀여운 존재와의 눈맞춤은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하는 변덕스러운 감정을 느낄 때도 귀여운 존재들은 나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도 나의 기분을 풀어주기도 한다. 바라만 보아도 좋은 기분을 선물해 주는 귀여운 존재들이 얼마나 쓸모 있고 유용한 것인가!?


물건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귀여운 것들 투성이다. 계절을 따라 성실하게 삶을 꾸려가는 자연들을 보아도 그렇다. 구름의 모양, 여러 종류의 나무와 풀, 떨어진 솔방울, 꽃, 작은 곤충들... 자연 속에서도 귀여움을 발견한다. 또한 반려동물이 없는 나에게는 길고양이나 산책하고 있는 강아지를 볼 때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귀여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SNS 속 생판 모르는 남의 집 아기의 귀여운 영상을 보며 렌선이모를 자처하기도 한다.


‘귀엽다’라고 할 때는 모든 것이 이유가 된다. 눈이 커서 귀엽다고 하고, 눈이 작아서 귀엽다고 한다. 작고 아담해서 귀엽다고 하고, 크고 통통해서 귀엽다고 한다. 심지어 못생겨서 귀엽다 라는 말도 한다. 귀여움에는 모든 것이 이유가 될 수 있다. 이 말은 모든 것에는 귀여움이 있다는 말이다. 그 귀여움을 발견할 때, 나는 모든 것을 애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사람의 성장 과정을 속에서도 아기는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귀엽다. 유치원 정도 되었을 때는 아이들의 순수함에 귀여움을 느낀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등학생들도 그들만의 귀여움이 있다. 별거 아닌 것에 자기들끼리 깔깔 웃는 청소년들도 귀엽고, 모든 것이 낯설고 미성숙했던 20대의 귀여움이 있고, 나이는 빼박 어른이지만, 여전히 마음만큼은 청춘인 귀여운 중년들도 있다. 노인이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어린아이와 비슷한 모습들이 보이면서 귀여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된다.


모든 것에 귀여움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귀여움은 있다. 무조건 있다. 귀여움을 발견하는 눈이 있다면 모든 존재를 애정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불어버린 거울 속 내 몸을 보며 혐오감이 들때마다 외쳤다. 나는 뚱뚱한 사람 중에 가장 귀엽다!!!!! 혐오감 속에서 조금은 나를 애정할 수 있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라는 말이 있다. 귀여움은 곧 애정한다는 것이기에 세상을 구하나보다. 귀여우면 모든지 통과이다. 오늘도 발견한 귀여움들에 내 마음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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