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한 수업 장면이다.
강사가 물었다.
학생 : 제곱...
강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하.......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제일 바보인 거지"
학생은 만회하려는 듯, 다급하게 다시 외쳤다. "0이요!"
이에 강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한. 심. 하. 다....."
그러고는 다음의 예를 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다른 학생이 "아니죠"라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다시 그 강사는 빠르게 큰 소리로 학생에게 외쳤다.
"왜~!! 실수(real number) 맞잖아?!"
그렇다. 실수가 맞았다. 강사의 말 그대로, 그 강사는 실수(mistake)를 했다. 수업 중 강사는 학생들의 대답에 '바보', '한심'이라는 단어를 쓰며 학생들을 위축시키고, 무시했다. 그들 간의 관계가 얼마나 친밀한 지 몰라도, 대답하는 수준으로 보아, 하위권 학생들이 명백해 보였는데, 가뜩이나 수학에 자신감이 없고 위축되어 있는 애들에게, 대답마다 모멸감을 주는 행위는 학생들의 입을 닫게 만들 뿐이다. 모르니까 수업을 듣는 것이다. 모르니까 알려고 학원에 온 것이다. 그것도 자기 돈을 주면서까지 말이다. 그런 학생에게 모른다고 멸시를 주다니...
보통 초보이거나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 한 강사의 경우, 학생들을 깔아뭉개고 자기 과시를 하면서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시선에서 접근하기 쉬운 풀이보다는 화려한 풀이를 선 보인다든지, '이거 모르지? 그것도 모르냐?'라는 말을 내뱉으며, 학생보다 내가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애쓴다. 초보티를 숨기려고 하는 반사적 행동이다.
그 후 수업 진행은 어떻게 흘러갈지 안 봐도 뻔했다. 아니나 다를까, 몇 분 뒤, 설명 중간에, 그 강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이런 말을 했다.
"나 혼자 있니? 이 공간에?"
수업 참여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참여를 저지한 건, 그 강사 본인이었다. 대답하는 족족 면박을 주는 선생에게 어느 학생이 좋다고 대답을 할까? 아마도 자기 수업에 대한 모니터링이 잘 안되어서 그런 것 같아, 댓글로 피드백을 남기려다가, 이내 접고 말았다. 본인이 원하지 않은 상황에서 타인의 조언은, 조언이 아니라 간섭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가끔 학창 시절 싫어했던 과목에 대한 주제가 나온다. 자세히 들어보면 각자 다들만의 사연이 있는데, 공통적인 부분은 담당 과목 선생님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선생님에 대한 감정을 과목에 투영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면에서 나는 수업 중 부지불식간에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된다. 어제 수업 중, 유독 시선을 덜 준 학생 하나가 괜스레 마음에 걸린다. 나는 수학나라의 외교관이라는 심정으로 교실에 들어간다면, 너무 거창한 얘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