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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옥션, 천경자 '미모사 향기'· 엔디워홀 '캠벨수프

by 데일리아트

8. 26.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85회 미술품 경매

서울옥션은 오는 26일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제185회 미술품 경매>를 개최한다. 이번 경매는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대표작으로 구성된 근현대미술 섹션, 그리고 조선시대 전통 초상화부터 근현대 한국화 거장의 추상화까지 한국 전통 예술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고미술 섹션으로 구성된다. 출품작은 총 94랏(Lot), 낮은 추정가 총액 약 61억원 규모다.

근현대미술 섹션에서는 천경자의 1977년작 <미모사 향기>가 출품된다. 감정이 억제된 얼굴 표정으로 물끄러미 화면 밖을 응시하는 여인의 모습이 담긴 작품이다. 동공이 강조된 여인의 눈은 보는 이의 시선을 멈추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 여인의 머리에 얹은 꽃과 나비 등에 집중된 높은 채도의 색은 작품 전체적으로 감도는 관조적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며 시각적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노랗게 채색된 미모사는 작가가 파리에 있을 당시 그 자태와 향기에 안정을 취했다고 전해지는 꽃으로 작품에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강소의 <Untitled - 91016>(무제 - 91016)은 200호 크기의 대작이다.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져온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오리, 사슴, 나룻배가 등장하는 풍경화에 주목했다. 오리와 물이라는 전통적 소재를 활용하되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움직임이 지닌 특징을 몇 개의 획으로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처리했다. 유연하고 역동적인 붓질을 활용해 중첩되는 형상으로 그려진 오리들은 고정된 사물보다는 변화의 과정을 담고 있어 생동감이 넘치고 관람자가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우환의 <With Winds>(바람과 함께)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강한 붓터치를 담았던 이전 <From Winds>(바람으로부터) 연작 대비 가벼운 움직임이 나타나는 작품이다.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캔버스의 공간이 점차 가라앉으며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인다. 신체의 행위성이 화면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보이지 않는 대기의 역동성을 차분하게 표현하는 출품작은 이후 작가의 작업이 <Correspondance>(조응) 연작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적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Dollar Sign>(달러사인)과 <Campbell's Soup II (F. & S.Ⅱ.54-63)>(캠벨수프 II)는 작가를 대표하는 소재를 담은 작품들이다. <Dollar Sign>은 미국 화폐의 달러 기호를 화면 가득 담아 아메리칸 드림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욕망과 부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을 시각화했다. 빠르고 생동감 있게 표현된 달러 사인과 그 주위의 보라색이 대비를 이루어 당시 대중매체로 화려하게 물든 미국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Campbell's Soup II (F. & S.Ⅱ.54-63)>는 작가 특유의 반복 이미지를 잘 나타낸 작업이다. 똑같은 크기로 반복 배열된 수프 깡통을 통해 산업사회의 매스미디어 문화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한다.

석지 채용신의 <신기영 초상>은 조선후기 유학생 소곡 신기영의 20세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한국 전통 초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실외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독특하다. 배경 속 암석 앞에 배치된 비석과 작품 뒷면의 묵서를 바탕으로 이 작품이 고종 황제의 탄신일을 맞아 화양산에서 황단제를 주관했던 인물들의 의식 장소를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초상화 외에도 산수·화조·영모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역량을 발휘했던 화가 채용신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는 수작이다.

근현대 한국화 거장 운보 김기창의 추상 작품 <태고의 이미지>도 함께 경매에 오른다. 운보가 완전한 추상세계를 추구하던 시기에 제작된 '이미지 연작' 중 하나다. 원시예술에 향수를 느껴 제작한 <태고의 이미지>에서 작가는 동양정신의 상징인 '돌'과 '돌이끼'로 인간의 역사를 표현하고자 했다. 원시적이고 단순화된 구성과 마띠에르를 보는 것과 같은 재질감은 운보만이 가능한 전통의 현대적 표현법을 보여준다.

경매에 앞서 진행되는 프리뷰 전시는 15일부터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된다. 전시는 경매 당일인 26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린다.

주요작품

천경자, 미모사 향기, 추정금액: 5억원-8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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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미모사 향기, 1977, color on paper, 30×26.8cm

천경자의 여인상은 자신이 살아온 시대, 자신이 겪은 고난과 그 과정에서 마주해야 했던 감정을 포함한 자신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77년은 작가가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드는 때로 자신이 걸어온 길과 작품들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더불어 이 시기는 천경자를 대표하는 여인상이 다수 제작된 시기이다.

출품작 속 여인은 물끄러미 화면 밖을 응시한다. 여인에게 집중된 음영으로 인해 이목구비와 긴 목이 두드러진다. 감정이 억제된 얼굴 표정이지만 동공이 강조된 눈은 보는 이의 시선을 멈추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 출품작에서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작품의 느낌을 풀어주는 것은 인물을 장식하고 있는 소재의 색채이다. 머리에 얹은 꽃과 나비 등에 집중된 채도 높은 색의 조화는 순수한 시각적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노랗게 채색되어 긴 머리 위에 살포시 씌운 꽃은 작품의 명제와 같이 미모사다. 천경자가 자아를 투영한 여인들의 주변에는 항상 꽃이 있는데, 작가에게 있어 꽃은 삶에 대한 기쁨이며 위로였다. 작가와 미모사,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모사 공주를 연이어 생각해보면 작품 속 여인의 이야기가 한층 풍성하게 다가온다. 미모사에 대한 천경자의 일화도 있다. 파리에 있을 당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때 방 안에 있던 미모사의 자태와 향기에 안정을 취했던 기억과 훗날 힘들고 지쳐 있을 때에 당시의 향기를 더듬으며 극복했던 경험을 그가 남긴 수필에서 엿볼 수 있다.

이강소, 무제, 추정금액: 1억 4000만원-3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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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 무제 - 91016, 1991, oil on canvas, 193.7×259.4cm(200)

1970년대 전위적인 실험 미술로 시작된 이강소의 작업세계는 1980년대 사유의 과정을 드러내는 회화 작업으로 이어졌고, 1980년대 후반 집, 배, 오리, 사슴의 구상을 거쳐 1990대 이후 추상과 구상을 오기며 상상적 실재를 이야기했다. 이는 또한 2000년대 이후 글자와 추상의 경계를 교모하게 이용한 작업 시리즈로 지속된다. 이강소가 50년을 넘게 이어지는 작업에서 꾸준히 탐구해온 것은 두 가지로 추려진다. 첫번째는 창작자이자 삶의 주체로서 자신의 인식에 대한 회의이며, 이는 행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실험적인 작업으로 나타났다. 두번째는 작가와 관람객이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의문이다. 객관적인 현실과 이를 재현하는 이미지를 통해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진다.

1980년대 후반에 접어들자 이강소의 주요 관심사는 오리, 사슴, 나룻배가 등장하는 풍경화로 옮겨가게 된다. 이미 조각 작업을 통해 형상과 질료에 대한 조형적 탐구를 지속했지만, 작가는 물성의 단순한 변화가 아닌 대상이 가진 생동감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오리와 물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전통 회화에서 많이 다뤄온 일반적인 소재였다. 하지만 이강소는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지 않았다. 움직임이 지닌 특징을 몇 개의 획으로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처리한 다음, 그 위에 여러 선을 겹쳐 그린 뒤 물감을 두텁게 칠함으로써 오리들의 온갖 모습을 화면에 담아냈다. 유연하고 역동적인 붓질을 통해 고정된 사물 보다는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하고자 했다. 여러 층위로 중첩되는 형상으로 그려진 오리들은 상징성을 지닌 고정적 이미지가 아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만들 수 있는 소재로 존재한다.

이우환, With Winds, 추정금액: 별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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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With Winds, 1990, oil and mineral pigment on canvas, 181.5×227cm(150)

이우환 회화의 초기작에 해당하는 1970년대 <From Point>, <From Line> 연작에서는 점과 선이 비교적 규칙적인 질서를 갖고 화면에 배열됐다. 이후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에는 점, 선과는 다른 요소들이 보여지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작가가 자신의 회화에서 공간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어지는 <From Winds>, <With Winds> 연작에서는 작가의 신체 움직임이 캔버스와 더 활발한 상호작용을 일으켜 행위성이 두드러지고 점과 선으로 메워 잘 보이지 않았던 그 밑에 존재하는 여백의 공간성을 탐구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선이 끊어지고 어긋나며 점과 선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대기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화면에서 붓을 두고 당겼다 놓고 다시 당기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그 결과 신체의 행위성이 화면에 남게 되고 캔버스는 작가의 예술행위와 외부적인 요소가 이어지는 ‘만남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새롭게 가진다. 1987년에 들어서는 <From Winds>에서 <With Winds>로 새롭게 변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출품은 1990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후면에 <With Winds>으로 작품명을 기재했다. 이전 역동적인 움직임 속에서 붓끝이 강한 힘주기를 보여줬다면 이러한 터치는 점차 사라지고 대신에 가벼운 움직임이 나타나게 된다. 캔버스의 공간은 바람이 흩날리듯 요동치는 것이 아닌 점차 가라앉으며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인다. 즉 점, 선 시리즈의 후반 작업들이 <From Winds>를 예고해 보다 역동적인 양상으로 나타난 것처럼 1980년대 중반 이후의 바람 작업은 보다 차분해진 화면으로 이후 <Correspondance> 연작으로 변화하는 일련의 과정에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앤디워홀, Campbell's Soup II, 추정금액: 5억 원-1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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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Campbell’s SoupⅡ(F. & S.Ⅱ.54-63), 1969, screenprint, image: each 81×48cm, sheet: each 89×58.5cm, ed.166/250 (plus 26 artist’s proofs lettered A-Z)

또 다른 앤디워홀의 작품 <Campbell's Soup II>은 앤디 워홀 작업의 반복 이미지의 특징을 잘 나타낸 작업이다. 똑같은 크기로 칸칸이 나누어져 반복되어 있는 수프 깡통들은, 마치 획일적으로 반복되어 있는 빌딩의 유리창들을 연상하게 한다. 앤디 워홀은 반복되는 광고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캠벨 수프 깡통을 반복해서 배열하는 작업으로 완성했다. 이는 대량으로 생산된 깡통들이 공장의 라인에서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앤디 워홀의 반복 패턴 작업에는 현대사회를 향한 비판적 시각으로서 산업사회의 매스미디어 문화에 길들여져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채용신, 신기영 초상 추정금액: 1억 3500만원-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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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 채용신,신기영 초상, 1916, ink and color on silk, 64×129cm,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






단정히 두 손을 모은 한 남성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우측에 ‘素谷申箕永二十歲像’이라 적혀 있는 것을 보아 조선후기의 유학생 소곡 신기영1897-? 의 20세 초상임을 알 수 있다. 작품 속 인물의 얼굴은 채용신 특유의 극세필로 그려진 육리문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눈가와 콧망울, 그리고 얼굴의 외곽과 광대 등에 짚은 색을 가미하여 입체감을 살렸다. 전통적인 전신 입상 구조를 통해 인물의 체형을 충실히 반영했으며, 복식 표현 또한 음영을 주어 구김과 질감을 표현했다.

한편, 배경 속 암석 앞에 배치된 비석과 작품 뒷면에 쓰인 ‘七月二十五日 聖節祈天永命檀’이라는 묵서를 통해 고종 황제의 탄신일을 맞아 의식행사를 치렀던 장소를 그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유사한 배경에 같은 묵서가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이덕응 입상 초상화(금관조복)>1916과 <조병순 초상>1916에도 쓰여 있어 이들이 같은 목적으로 모였을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다.

이들이 거행했던 대제는 오늘날까지도 후손들에 의해 음력 8월 그믐마다 시행되고 있어 그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으며, 전북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출품작을 통해 이제는 하나의 지역 축제가 된 황단 대제의 전통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더불어 한국 전통 초상화에서 보기 드문 실외 배경이 그려져, 초상화 외에도 산수·화조·영모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역량을 발휘했던 화가 채용신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외향을 묘사하는 것에서 나아가 인물의 정체성과 서사, 당시의 상황까지 녹여낸 석지의 수작이라 하겠다

운보 김기창, 태고의 이미지, 추정금액: 7000만원-1억 5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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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 김기창, 태고의 이미지, 1960-1964, ink and color on paper, 135.5×160.3cm

품은 운보가 해체시기 10여년을 지나 완전한 추상세계를 추구하던 시대에 제작된 것이다. 추상미술이 세계적 주류를 이루던 1960년대, 운보는 미국을 비롯한 서양국가를 여행하고 몇 군데 화랑에서 전시를 갖기도 했다. 이미 1950년대부터 대상의 해체를 시도했던 그는 서양화단을 직접 피부로 느끼며 완전한 추상으로의 급진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었다.

이 시기 ‘이미지 연작’은 순수한 형태, 색채의 리듬감, 재질성 만으로 대상이 지닌 내면의 힘을 보여주고자 했다. 기법적으로는 구겨진 종이에 갖가지 물감을 묻혀 찍어 누르는 작업을 반복해, 그로써 중첩되는 색채의 재질성을 활용하고자 했다. 당시 그가 느낀 영감을 잘 표현해주는 어록이 있다.

“나는 작가다. 그러기에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을 그때그때 하고 싶은 방법으로 표현한다. 그 결과가 추상이 되든 구상이 되든 나에게는 같은 의미를 갖는다.”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싶은 방법으로 자유로이 그렸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이미지 연작’은 중첩된 색채가 갖는 재질성을 활용해 비구상적인 형상 속에 응집시켜, 그 층의 두께로 말미암아 떠올려지는 이미지로 대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 중 〈태고의 이미지〉는 원시예술에 향수를 느껴 제작하게 되었고, 태고부터 가져온 돌과 인간의 운명 사이에서 공감을 느낀 작가는 동양정신의 상징인 ‘돌’과 ‘돌이끼’를 통해 인간의 역사를 그리고자 했다. 원시적이며 단순화된 구성과 마띠에르를 보는 듯한 재질감은 운보 만의 전통의 현대적 표현법이었다


서울옥션, 천경자 '미모사 향기'· 엔디워홀 '캠벨수프 II' 등 국내외 94 작품, 시작가 61억 규모 < 옥션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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