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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숙 Dec 01. 2021

군자란 주황색 꽃이 피면 생각난다

- 군자란 좋아하시던 울 엄마가

우리 아파트 베란다에 군자란 꽃이 활짝 피었다. 잎이 사군자 중 하나인 난초와 비슷해서 군자란! 꽃말도 ‘고귀, 고결, 우아’ 해마다 3월 봄이 되면 피는 군자란 꽃이 너무나 고맙고 아름답다. 서툴지만 우리 집 군자란 주황색 꽃 수채화를 그렸다. 군자란 주황색 꽃을 좋아하시던 울 엄마가 생각난다. 눈부시게 고운 주홍색 한복을 곱게 입으시고 부활절 미사를 보러 성당 가시던, 군자란 꽃말처럼 우아하신 엄마 모습이 떠오른다.   

  

군자란 꽃이 피면 꽃구경하라고 이웃 할머니들을 초대해서 군자란 꽃 색깔 닮은 주황색 김치전을 하셨다. 과일에 커피 믹스를 마시며 친구 분들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시며 즐거워하셨다. 군자란 주황색 꽃을 보고 감탄하시던 꽃보다 곱던 울 엄마의 그 따뜻한 목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아, 그 꽃 색깔이 참 곱다!”


1929년 여름에 평양시 능 로리 70번지에서 태어나신 울 엄마. 2015년 87세로 돌아가신 지 벌써 6년이 지났다. 엄마는 가셨지만 군자란은 해마다 봄이 되면 다시 핀다. 하늘나라에서도 나를 지켜주시겠다고 말씀하시던 사랑의 화신이며 수호천사인 울 엄마!


내가 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받으면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엄마는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시금치 도라지 등 나물을 해서 매일 오시고,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씩 묵주 기도를 간절히 하셨다. 사람들은 엄마의 기도가 저승사자도 감동하게 하여 내가 암이 나았다고도 했다.    

 

엄마는 평양 서문여고를 졸업한 수재였지만, 6. 25 때 피난 내려와 가난한 아버지를 만나 힘들게 사시느라 즐겁게 사신 적이 적었다. 그런 엄마의 유언 같은 마지막 말씀도 생각난다.

“인생 짧다. 즐겁게 살아라!”   

  

엄마의 말씀대로 즐겁게 살고 싶어서, 우울한 코로나 시대에 슬기로운 집콕 생활로 올해부터 그동안 하고 싶었던 수채화를 독학하기 시작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약 40년 만에 붓을 들고 유튜브로 배우면서 따라 그린다. 서툴고 너무나 부족하지만 좋아하는 꽃을 그리니 나도 잠시 꽃이 되고 즐겁고 완성이 되면 가슴도 뿌듯하다. 

     

77세에 붓을 든 미국의 화가 리버만은 101세에 스물두 번째 마지막 전시회를 하면서 말했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게 될까? 궁금해하지 마세요, 앞으로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세요 그게 인생입니다.” 꿈을 꾸는 사람에게는 나이가 문제 되지 않는다. 아! 한국의 리버만은 못되겠지만 운정의 리버만은 되고 싶다.

     

나는 지금부터 두 번째 스무 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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