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습작
앉아서 책 읽는게 좋아. 침대에 누워서 노래 듣는게 좋아. 책 읽을 때는 맑은 날 열한시에서 열두시 사이, 적당히 상쾌한 아침이 좋고 노래는 비 오기 전 울적한 날씨 아래 블라인드를 반쯤 내린 방 안이 좋아.
그리고,
넌 여름에 좋았어. 흰셔츠에 청바지가 좋았어. 살짝 보이는 손목이 좋았어.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넘기는 손가락이 좋았어. 어떤 때는 유독 동그랗고 예쁜 어깨가 좋았어. 아, 생각해보면 겨울에도 좋았어. 네 자취방에서 나눴던 온기가 좋았어. 너는 추위를 많이 타니까 두껍고 보드라운 잠옷을 입었잖아, 그걸 쓰다듬을 수 있는 새벽도 좋았어. 맨살을 어루만질 수 있던 아침도 좋았다.
꽃이랑도 잘 어울렸으니 봄도 좋았고 코트가 꽤 잘 받았던 게 가을도 좋았던 것 같아. 늘 같은 말로 맺던 편지도, 걸을 땐 굳이 손을 잡지 않았던 거리도, 선글라스가 안 어울리지만 제주도에는 꼭 선글라스를 쓰고 가고 싶다고 말하던 요상한 허세도, 커다란 웃음에 가지런한 치아에, 자기 전에 꼭 발라주던 립밤 같은 거.
아직 끝나지 않은 것들이 좀 있어서, 모든게 다 아직은 아직이라
나는 널 조금만 더 좋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