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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Mar 13. 2018

가동 나동과 다동 사이

2018년 3월 12일 월요일


대형 생활폐기물 신고필증을 받았다.


이사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혼자 1년 정도 쓴 거의 새 가구들이지만 그래도 싹 다 버리고 가기로 결정. 화장대랑 책장이랑 TV 장식장 3개 버리는 건데 애들이 스케일이 커서 그런지 14,000원이나 든다.


발급해주는 남자는 수염이 북실하고 머리는 빡빡이에 검은색 뿔 떼 안경까지 써서 뭔가 '어라, 주민센터에 이런 느낌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우리 집 앞에 있는 유명한 라멘집에서 일할 것 같은 비주얼인데 대형 생활폐기물 신고필증 담당자라니.. 안 어울려.. 게다가 어찌나 무뚝뚝한지 돈 내고 정당하게 발급받는 건데 이쪽에서 굽신거리게 된다. 


"저.. 저기.. 화장대를 버리고 시.. 싶어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어디에다 버릴 건지 장소를 지정하라고 해서 고민 끝에 우리 집은 가동인데 앞에 비탈이 심하고 골목이 좁아서 나동과 다동 사이 여유 공간에 버리겠다고 말했는데, 종이를 받아서 차에 오니 배출장소에 '가동 나동과 다동 사이'라고 적혀있다. 아니 이 사람을 내 말을 콧구멍으로 들었나.


당일에 찾으러 온 분들이 굉장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무사히 잘 수거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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