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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별 Mar 15. 2018

지하철 독서놀이

2018년 3월 14일 수요일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다.


정말 오래간만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 나는 컨디션이 안 좋거나 글씨를 보면 멀미를 심하게 하는데 특히 커다란 버스에서 그렇다. 그래서 파주로 출퇴근을 할 땐 운전을 배워서 차로 출퇴근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회사를 다니는 1년 3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내가 젤 좋아하는 '지하철 독서'를 하지 못했다. (주말엔 뭐했냐고 물어보신다면, 뻗어있었다고 대답하겠어요. 동네 밖으로 가는 거 아냐. 음음.)


오늘 선릉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아침부터 분주하게 지하철을 탈 생각에 책장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무슨 책을 읽을까?' 그러다가 문득 김민철의 <모든 요일의 여행>과 <모든 요일의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산지 꽤 된 책인데 사고 나서 처음 몇 페이지를 훑어봤을 때 분명 '이게 뭐야, 아무리 읽으 노력해도 전혀 읽히지 않잖아!'였다. 그렇게 거의 읽지도 않고 책장으로 보낸 뒤 쳐다도 안 보던 책이었다. 심지어 몇 번은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아버릴까도 싶었는데 그때마다 무슨 이유에 선지 저 두 권의 책은 살아남았다.


그런 내게 그녀의 책이 다시 눈에 들어온 건 내가 요즘 퇴사 후 매일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내 눈에 모든. 요일의. 기록.이라는 단어가 보다 크고 또렷하게 인식되었다. <모든 요일의 기록>을 들고 상수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출근 시간이 지난 한가한 시간. 지하철에서 책 읽기 가장 좋은 시간. 나는 다시 <모든 요일의 기록>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냐.
프롤로그부터 박장대소.


'뭐야 이 사람 나랑 완전 똑같잖아?'


그 뒤로는 책의 첫 부분을 차지하는 '읽다' 파트를 정말이지 계속 실실 쪼개면서 신나게 읽었다. 뭐지? 김민철이라는 작가도 그대로고, <모든 요일의 기록>이라는 책도 당연히 그대로인데 그걸 읽고 느끼는 '나'는 뭔가 바뀐 것이다. 정확한 이유를 가늠하려 했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왜 출판사를 다니던 때는 이 책이 '사람들이 많이 읽는지 알 수 없는 책'이고, 퇴사를 한 지금은 '한 구절 한 구절 공감이 가서 책을 읽다 박수를 치고 싶어 지는 책'이 된 건지는.

저자의 말처럼 모든 독서는 기본적으로 오독일 테니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이 책과 나눈 교감의 타이밍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을 뿐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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