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에서 만난 성, 사찰, 책방, 편집숍
백제 무왕 때 만든 인공 연못
궁남지
현존하는 한국 최초의 인공 연못이라 전해지는 곳.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 무왕 35년(AD634)에 궁의 남쪽에 못을 파 20여 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못 가운데 섬을 만들어 선인이 사는 곳을 상징했다’는 기록이 있다. 무왕 당시에는 연못에 배를 띄워 놀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1971년에 조성된 다리가 섬으로 연결돼 있고, 그때 함께 세운 정자 ‘포룡정’도 놓여 있다. 이 다리와 포룡정이 바로 궁남지의 대표 촬영 스폿! 정자와 다리를 가운데 놓고 사진을 찍으면 연못과 함께 수려한 풍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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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이 내려다 보이는 백제 시대의 산성
가림성
성흥산에 자리해 ‘성흥산성’이라고도 불리는데, 백제의 수도 방위 목적으로 서기 501년에 지어졌다. 드라마 <신의>, <육룡이 나르샤> 등의 배경이 되면서 여행자들이 찾기 시작했는데,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이자 ‘부여 10경’인 수 백 년 된 느티나무가 볼거리로 꼽힌다. 나뭇가지가 휘어진 것이 하트 모양의 일부를 닮았다 하여 ‘사랑 나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70m 정도 산길을 오르면, 바람이 나부끼는 산성 위 벌판에 홀로 서 있는 느티나무가 등장한다. 높이는 무려 22m, 둘레는 5.4m로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멀리 논산, 강경, 익산, 서천까지 내다보여 가슴이 탁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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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담배 가게를 개조한 책방
책방세간
빈집과 건물이 남겨져 있던 부여군 규암면 자온로에 새로운 바람이 불면서 옛 주막은 카페가 되고, 전파사는 공방이 되고, 근대 한옥은 게스트 하우스가 됐다. 책방 세간은 ‘자온길’이라 불리게 된 이 길목의 중심부에 자리한 책방이다. 담배 가게였던 외관과 바닥, 서까래, 진열장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눈을 사로잡는다. 옛 모습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끌고, 주인의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책들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카페도 함께 운영되고 있어서 따뜻한 차나 커피를 마시다 갈 수도 있다. 이곳만의 블렌딩으로 만든 차들이 특히 인기 있는데, 차 이름이 ‘봄 토끼’, ‘가을 고양이’, ‘세간 뒤뜰’ 등으로 매우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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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 작가의 편집 숍
부여서고
책방세간 바로 옆에는 ‘부여서고’라는 이름의 편집 숍이 자리한다. 염색 작가인 송성원 대표의 수공예품과 세계 각지에서 골라온 공예품들이 가지런히 모여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베트남 수공예 바구니를 송성원 대표가 정성 들여 염색한 천으로 감싼 가방들이다. 들고 다니기 좋은 핸드백 크기부터 와인을 담을 수 있는 형태까지 다양하다. 그 밖에도 아름다운 염색 문양이 돋보이는 셔츠, 앞치마, 에코 백 등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도보로 2분 거리에는 송 대표의 작업장이자 염색 체험 공방인 ‘목면가게’도 운영되고 있다.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원데이 클래스도 열린다고 하니 관심 있는 사람은 문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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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보물들을 품은 천년 고찰
무량사
부여군 만수산 자락에는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된 사찰 ‘무량사’가 있다. 고려시대에 크게 번창했으나 임진왜란 때 화재로 소실된 뒤, 조선시대 인조 때 재건했다. 경내의 주요 장소들이 7개의 보물과 6개의 시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어서 둘러보는 의미가 깊은 곳이다. 조용한 내부를 따라 무량사 오층석탑, 무량사 석등, 극락전, 미륵불괘불탱, 소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등의 보물을 둘러보고 나면 위쪽 언덕에 역시 이곳의 보물인 생육신 김시습의 초상이 있다. 관복을 벗고 야인으로서의 야복을 입은 초상은 흔치 않아 방문객들이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보는 문화재다.
무량사에는 2~4시간 머무르는 당일 템플 스테이와 하룻밤 숙박하는 1박 템플 스테이 프로그램도 있다. ‘스님과의 대화’, ‘숲길 걷기 명상’ 등으로 이루어지니 관심이 있다면 참여해 봐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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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가 여행 매거진 <트래비>의 온라인 미디어에 게재했던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