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아까부터 너를 보고 있었어.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난 욺직일 수 없으니, 눈앞에 있으면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어. 헤헤”
민들레 홀씨는 작은 여우의 다리가 부러워진 지 한참 쳐다봤다.
“그렇게 누워있기만 할 거야? 이제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를 것 같은데?”
민들레 홀씨가 그의 마음을 한순간에 꿰뚫었기에 작은 여우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금세 자신의 결심이 생각났다.
‘움직이긴 했지만, 아직 엄마 곁을 떠난 게 아니니 결심을 깬 건 아니야.’
작은 여우는 자신을 위로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 홀씨가 고맙기도 했지만, 결심을 방해하는 것 같아 순간 화가 났다.
“네가 무슨 참견이야. 난 배 안 고파.”
작은 여우는 자기의 목소리가 너무 퉁명스러워 깜짝 놀랐다. 화가 나긴 했지만, 민들레 홀씨에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작은 여우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누구에게 인지 모르겠지만 화가 계속 치밀었다. 너무 화가 나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혼자 씩씩거렸다.
“이봐, 진정하라고, 알았어. 너는 배가 고프지 않구나. 그럼 저 아래 냇물이 있던데 가서 목이도 조금 축이지 그래. 나한테 발이 있다면 벌써 갔다 왔을 거야. 난 정말 목이 마르거든.”
속도 없는지 민들레 홀씨는 자기에게 화만 내는 작은 여우를 살살 달래고 있었다. 냇물이라는 소리를 듣자 갑자기 여우는 참을 수 없이 목이 말랐다. 목은 진즉에 말랐지만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귀를 기울이니 냇가에 물 흐르는 소리도 희미하게 들렸다. 당장 물을 마시고 싶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 뭐야! 지금까지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들리지? 그리고 발도 없는 민들레 홀씨가 냇가가 있는 건 어떻게 알아? 분명히 나를 꾀어내려는 거짓말일 거야.’
여우는 물을 마시러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민들레 홀씨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너는 발도 없다며 아래 냇가가 있는 건 어떻게 알아?”
”아! 그거 말이지. 여기까지 날아오다가 봤어. 난 사실 바다로 가고 있었거든. 그런데 바람을 잘못 타서 그만 여기에 떨어졌지 뭐야.”
”바다? 그게 뭔데?”
“자! 이제 물을 마시고 와. 그럼 내가 바다가 뭔지 알려줄게.”
작은 여우는 바다라는 게 뭔지 너무 궁금했다. 처음 들어본 말이지만 ’ 바다‘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쏙 하고 들어와 버렸다. 작은 여우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