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언제나 솔직하다
며칠 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만났다. 원래 자주 만나던 친구였는데, 올해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통 만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한 뒤 여가 시간이 많아진 친구가 재취업을 한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친구는 내 생일을 까먹어 미안하다며 불쑥 선물을 내밀었다. 벌써 두 달이나 지난 생일이었지만, 기억해 챙겨준 마음이 고마웠다. 얼굴만 보여줘도 충분히 반가웠는데 말이다.
집에 와서 친구가 건네준 쇼핑백을 열어 보았다. 붉은색 립글로스와 손으로 쓴 카드가 들어 있었다. 카드에는 생일을 늦게 챙겨줘 미안하다는 축하 인사가 적혀 있었다. 동글동글한 글씨가 정성스럽게 줄지어 있었다. 그 작은 카드 속 마음이 고스란히 내 마음으로 전해졌다. 요즘 통 꾸미질 않는 나였기에, 친구가 골라준 립글로스도 꼭 마음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전날 친구를 만나러 멀리 다녀와서 그런지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겨울이라 건조해진 피부는 더 푸석해 보였다. 아들도 더 자고 싶어 했다. 나는 아들을 간신히 깨워 씻으라며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아들을 기다리며 화장대 앞에 앉아 선물 받은 립글로스를 발랐다. 생각보다 붉은 기가 강했지만, 칙칙하던 얼굴이 한층 밝아진 것 같았다. 피곤 때문에 잔뜩 찌푸려졌던 마음도 함께 풀어졌다. 거울 속 붉은 입술의 내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그때, 화장실에서 나온 아들이 나를 가리키며 외쳤다.
“붉은 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