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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의 문턱을 낮추는 방문재활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찾아가는 방문재활 사업'

by 재단법인 넥슨재단

충남권에 거주하는 어린이와 가족들의 염원을 담아 개원한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국내 최초로 건립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 2023년 5월 개원 이후 7만 3천여 명이 이용했으며 작년 기준 병원 이용 만족도가 99%에 달한다.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개원으로 충남 권역 어린이와 가족들은 일상을 유지하며 적절한 재활을 받고, 더 건강한 미래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이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 아동, 장기간 이어지는 치료와 돌봄으로 보호자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소진된 경우, 한부모, 저소득, 다문화가정 등 여러 이유로 근거리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개원했음에도 재활 치료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각지대의 중증 장애 아동과 가족들을 위해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지난해부터 방문재활 시범 사업을 진행해 왔다. 가정에 직접 방문해 치료의 필요성과 효과를 직접 확인하면서, 방문 재활 사업을 지속시키고 확대해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


“중증장애 아동은 가정에서 치료를 받을 때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 치료의 순응도와 효과가 높았습니다.” (담당 치료사)

“거리가 멀어 재활치료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아이에 맞는 치료 방법을 배우고 평소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수 있었어요.” (보호자)

“청소년이 성인기로 넘어갈수록 병원 진료가 단절되기 쉽지만, 방문 치료를 통해 성인기로 이행하는 과정을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담당 의사)


하지만 방문재활 사업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안정적 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전담 인력과 장비 확충 등이 필요했지만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았다. 그때 넥슨재단이 방문재활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공감하고 초기 기금 3억 원 지원을 결정한다. ('찾아가는 방문재활 사업' 지원에는 넥슨 창립 30주년을 맞아 유저들과 함께 조성한 ‘넥슨 히어로 30’ 기금이 활용되었다.) 넥슨재단의 지원으로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이제 시범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본격적인 방문재활 사업을 시작했다. 우선 내년 1년간 병원 방문이 어려운 권역 내 장애 아동 및 청소년 22명 내외를 대상으로 1인당 총 20회의 방문재활 서비스를 제공하여 재활치료의 적기를 놓치거나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넥슨재단은 방문재활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공감하고
초기 기금 3억 원 지원을 결정했다.


방문재활은 왜 필요할까? 가정에서는 어떤 치료가 어떻게 이루어질까? 넥슨재단은 시범 사업을 진행한 재활의학과 김정윤 과장과 양선아 재활치료사를 만나 가정 재활의 현실과 방문 재활의 필요성 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해 어떤 것들을 더 제공해 줄 수 있을까?’ 요즘 넥슨 덕분에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다는 김정윤 과장과 양선아 재활치료사는 내내 눈을 반짝거리며 우리에게 가능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했다. ‘중증 장애 아동과 가족들을 위해 넥슨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넥슨재단은 의료진의 말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최대한 귀를 크게 열고 이야기를 들었다.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과 넥슨재단이 함께하는 국내 최초의 공공형 프로그램 '찾아가는 방문재활 사업'은 이제 시작이다!




재활의학과 김정윤 과장과 양선아 재활치료사


'찾아가는 방문재활 사업'의 대상은 누구인가요?

일단 신체적 어려움 때문에 이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 아동들에게 방문 재활이 가장 시급하고 필요합니다. 선천적으로 혹은 어릴 때 발병해 장기간 누워 지내는 아이들이나 휠체어조차 타기 어려워 통원 치료가 어려운 아이들도 있고, 어릴 때는 내원했으나 청소년기에 접어들며 체중이 늘어 이동이 힘들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서 이동하다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 이동하면서 고관절이 빠지고 탈구가 일어날 위험이 있는 아이들도 있죠.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방문 재활이 필요합니다. 중환자실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후 퇴원 해서 집에서 케어받으며 회복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경우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는 적절한 재활이 필요하지만 재활 치료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아 시기를 놓쳐 회복이 더딘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경우이지요.

또한 경제적인 이유로 내원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형편이 어려워 긴 치료 과정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재활 치료를 포기하기도 하고, 후원이나 보조금을 받기 어려운 차상위 이상의 가정에서도 여력 안되면 포기하게 됩니다. 재활 치료 비용은 누구에게든 부담스러운 액수일 수 있거든요. 게다가 재활은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효과가 바로 뚜렷하게 보이기보다는 미미하게 점점 좋아지는 거라 적극적으로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가 사실 쉽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한부모 가정, 부모가 장애가 있는 경우, 다른 형제를 케어하느라 장애 아동을 챙길 여력이 부족한 경우 등 저마다의 사정으로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이 도처에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이런 가정이 재활에서 소외받지 않기를 바라며 방문 재활 시범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서비스 확대 문제를 넘어, 재활 형평성을 위해서 공공 재활 영역에서의 방문 재활 사업이 필요합니다. 병원에 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또 병원에 올 수 있지만 정보를 몰라서 오지 못한 가정을 병원과 이어주는 역할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현재는 제도적인 지원이 부족합니다.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넥슨재단과 함께 하는 '찾아가는 방문재활 사업'을 통해 공공 병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시범적인 사례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선천적으로 혹은 어릴 때 발병해 장기간 누워 지내는 아이들이나
휠체어조차 타기 어려워 통원 치료가 어려운 아이들도 있고,
어릴 때는 재활 치료를 위해 내원했으나
청소년기에 접어들며 체중이 늘어 이동이 힘들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방문 재활을 통해서 어떤 재활 치료를 진행하게 되나요?

작업 치료, 연하 치료, 인지 치료, 언어 치료 등등 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재활이 가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가령 운동성이 없는 중증 환아들의 경우 누워만 있다 보니까 근육 구축이 온 경우가 많습니다. 관절 가동 범위 안에서 스트레칭 등을 해주며 더 심해지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해요. 스트레칭이 별 거 아니라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구축이 심한 경우 이걸로 인해서 통증이 와요. 재활 치료를 통해 구축을 줄여주고 긴장도가 조금 완화만 돼도 아이들이 느끼는 통증이 상당히 줄어듭니다. 보행이 가능하더라도 근력이 굉장히 약한 경우도 많아요. 밖에 나가면 온도와 습도 등 바깥 환경 때문에 경기를 하는 등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여러 이유로 실내에서 주로 머물게 되고, 그러다 보면 근력이 더 약해지고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방문 재활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방문 재활 시범 사업 때 보니까. 조기에 재활을 잘 받으면 잘 걷고 뛰어다닐 수 있는 상태인데도 집에서만 생활하며 재활에서 소외된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바깥으로 꺼내주는 것도 재활의학과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재활 운동을 조금만 해줘도 아이가 걷는 게 달라지는데, 사실 해보지 않으면 모르거든요. 경험해 봐야 재활 치료의 필요성을 알게 됩니다. 현장에서 이런 사례를 만나며 방문 재활이 사각지대에 있었던 장애 아동 발굴에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에 오지 않으면, 저희는 그런 아이들이 있는지 조차 모르거든요.


방문 재활 시범 사업 때 만난 보호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가정에서 만난 보호자들의 경우 돌봄을 지속하다 보니 신체적 피로도도 상당히 높고 더불어 번아웃 같은 감정적 소모가 큰 상태가 많았어요. 그런 보호자들을 보면서 방문재활을 통해 단순히 치료 제공뿐 아니라 보호자 교육도 제공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재활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드리고, 피드백도 제공해서, 보호자가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가정에서 이루어진 방문 재활 모습


병원에서 재활을 받는 것에 비해 방문 재활이 가진 장점도 있나요?

병원에서는 아이가 치료를 받는 동안, 그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는지는 사실 알기가 어려워요. 집의 구조가 어떤지, 어떤 운동기구가 있는지 등 어떤 공간에서 생활하는지 알 수 없죠. 그래서 막상 가정에 방문해 보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치료에 사용할만한 도구가 전혀 없는 집도 있고, 반면 짐볼이나 스트레칭 밴드 등 재활에 도움이 되는 기구가 잘 갖춰진 집도 있죠. 이처럼 가정마다 환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재활의 방식도 달라집니다. 방문 재활은 이러한 현실적인 차이를 직접 보고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에 이미 있는 도구들을 활용해 아이에게 맞는 운동 방법을 알려주면, 보호자도 ‘우리 집에서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보호자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재활의 지속성도 커지게 되죠.

또 병원은 기본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환경이 잘 갖춰져 있잖아요. 화장실이나 샤워실이 모두 접근하기 쉽게 설계되어 있죠. 하지만 가정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방문 재활은 아이가 생활 환경 속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용변을 처리하거나 손을 씻고, 샤워를 하는 것처럼 일상 속 동작을 가정환경에 맞춰 연습하도록 도와주는 거죠. 이런 점이야말로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치료로는 채워지기 어려운, 방문 재활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문 재활은 아이가 생활 환경 속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방문 재활 시범 사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요?

방문 재활을 통해 꾸준히 치료를 받아서 자활에 성공해서 사회생활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방문 재활 대상은 거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 아동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이런 아이들도 재활을 통해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어요. 이번에 시범 사업을 함께한 19살 친구가 있어요. 여러 사정상 대부분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친구였는데요, 처음에는 아무 반응도 없었어요. 누워만 있고 눈 깜빡임도 없었는데, 방문 재활 10회기를 하는 동안 감각 자극 등을 통해서 각성 수준을 높여주고 꾸준히 재활을 하니까 이제 스스로 고개도 돌리고 눈도 깜빡이고 반응을 해요.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 친구들에게 있어서는 재활이 선택이 아니고 필수예요. 작은 반응이 누군가에겐 별 거 아니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보호자한테는 정말 엄청난 거거든요. 의사소통이 된다는 거잖아요. 표정으로 표현할 수만 있어도 그게 정말 큰 교감이고 소통이에요. 이런 사례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범 운영하실 때 어려웠던 점은 무엇일까요?

치료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많이 열악했어요. 가정에서는 병원처럼 재활 도구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베개나 수건 등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최대한 활용해 치료를 진행했어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매트나 짐볼처럼 재활에 꼭 필요한 기본 장비들은 있어야 하거든요. 위생 문제로 각자 사용하는 게 좋고요. 하지만 가정마다 모두 제공해드릴 수가 없어서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을 통해 지원 방법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차도 없었거든요. 버스를 타고 이동하거나, 개인 차량에 재활 도구를 가득 싣고 직접 운전해서 다니기도 했어요. 이번에 넥슨 후원으로 전용 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감사해요. (웃음)


대전세종충남·넥슨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재활의학과 김정윤 과장


본격적으로 '찾아가는 방문재활 사업'이 시작됩니다.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일단 가정마다 재활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많이 늘었어요! 시범 사업 때는 2개월로 기간이 짧아서 아쉬움을 표현한 분들도 많았고, 그래서 지원을 안 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넥슨 후원을 통해 6개월 동안 긴 호흡으로 치료를 진행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방문 재활을 시작하면 전문의,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가서 가정환경을 확인하고, 사전 평가를 해요. 그 후에 치료 계획을 짜서 본격적인 재활 치료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인력이 한정적이라 시범 사업을 계속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찾아가는 방문재활 사업' 시작으로 이제 경험 많은 전담 인력을 뽑을 수 있게 되었죠! 짐볼, 매트, 밴드 같은 재활 도구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고, 거즈 등 의료 소모품과 기저귀 패드 등도 제공해 줄 수 있게 되었어요.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졌어요. 저희는 요즘 너무 행복한 상상을 하는 중이에요!


행복한 상상 하나만 나눠 주세요.

이번 후원으로 가족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기로 해서 그것과 관련된 즐거운 고민을 하는 중이에요. 간병과 돌봄에 지친 가족들의 경우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행을 하며 가족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기를 원하세요.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누군가에겐 너무나 평범한 일이 어떤 가족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저희 병원에서 1박 2일 가족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 있는데 보호자들이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장애가 있어도 이용하기 좋은 안락한 숙소를 제공하는 등 아이들과 함께 편안하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의 소망이나 꿈을 이루어주는 프로그램도 생각해 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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