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갤러리2303의 기록을 시작하며
“아앗! 전시를 보러 주소대로 왔는데, 어어... 이상하다! 제가 잘못 찾아온 것 같아요. 죄송해요”
문을 열었다가, 당황해하는 관객의 얼굴을 마주하곤 한다.
하우스갤러리2303에서 하는 내 전시를 소개하면 정말 사람들이 눈알이 튀어나오게 놀라곤 한다. 전시장소가 정말 살고 있는 집이냐고 여러 번 되묻는다. 도대체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막상 현관에 도착해서도 여기가 맞나 싶어 초인종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도 있다. 한 100평쯤 되는 저택이겠거니 하는 사람도 있는데, 도시인구 70%가 살고 있는 현대인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인 아파트, 크기는 국민평수 30평대의 공간이다.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모두 셋이다. 미술에 문외한이었으나 지금은 애호가이자 지지자가 된 남편(사실은 ‘그래, 네 맘대로 해라’의 자포자기 심정도 깔려있는), 그림과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지만 평범하게 게임과 야구를 좋아하는 중학생 아들, 그리고 하우스갤러리2303을 운영하며 밥을 짓고 빨래를 하는 나.
서울의 아파트 23층 3호 집, 그래서 2303의 이름을 붙였다. 천장 높이는 2.3m, 방이 세 개, 커다란 베란다가 있는 33평. 전시를 위해 특별히 집을 공사하거나 개조하지 않았다. 그저 그림 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세간을 줄이려 노력하고 매일같이 청소를 할 뿐이다. 된장찌개 냄새가 배어 있고 세탁기가 돌아가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와 손님이 마주치기도 하는, 삶과 밀착된 일상의 공간이다. 나는 남편과 아이를 일터와 학교로 내보내고, 청소기를 돌리고 오전 열 시 전시장으로 변신을 완료시킨다. 그렇게 집은 평일 오전과 오후, 사전 예약을 받아 전시장으로 변한다.
하우스갤러리2303은 2020년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해 5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집을 전시장으로 운영하며 삶의 궤적 안에 예술을 일치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하우스갤러리2303은 일하는 엄마로서의 자아가 특히 예술계에서 어떻게 사라지지 않고 버텨내며,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노력으로 지어 올린 지극히 유동적이고 대안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지난 열 번의 전시를 통해 ‘그림의 최종 종착지는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결국 집’이라는 매우 단순한 이야기를 지속해 왔다.
그간 수많은 작가와 그림,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수많은 그림들이 최종 종착지인 자신의 집을 찾아 떠나갔다. 나는 빛나는 순간들을 잊고 싶지 않아 이 글을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