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4.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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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먼저 메모리 칩의 연구기록을 삭제했다. 본인이 만들었기에 기록을 찾는데 어렵지 않았다. 연구기록을 삭제한 이후에는 전국에 있는 뇌칩인간 기록을 리셋해야 했다. 그때 1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어느새 10층에 도달하여 도착음이 들렸다.
띵
양쪽의 엘리베이터가 동시에 왔다. 개리는 입으로 안전핀을 풀더니 왼쪽엔 수류탄을 던졌다. 이후 즉시 오른쪽 엘리베이터에는 마구 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수류탄이 터진 좌측 엘리베이터는 박살이 났다. 아마 작동하지 않을 것 같았다. 총알을 쏟아부은 엘리베이터는 문이 열리기도 전에 구멍이 잔뜩 났고, 잠깐의 적막 이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에는 새하얀 방탄방패를 든 인원들이 나왔고, 그 사이로 총을 쏘기 시작했다. 개리는 피하며 대응사격했다. 하지만 그들처럼 방패가 없었던 개리의 몸은 쉽게 뚫리고 말았다. 가슴에 여러 발 맞은 그가 말했다.
“야.. 양쪽 다 수류탄을 던질걸.. “
개리는 즉사했다.
마음이 급해진 민수는 서둘러 리셋버튼을 찾고 있었다. 다급한 손가락만 바쁘게 움직였다. 그때 방탄방패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당장 멈춰! 멈추면 쏘지 않겠다!”
민수는 타자기를 손가락으로 마구 두드리더니 탁하고 멈추었다. 리셋버튼까지 누른 상태였다. 민수는 두 손을 항복의 의미로 들어 올렸다. 민수의 이마에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리셋버튼을 누른 이후 로딩창이 떴다. 15분이 소요. 민수는 됐다고 생각했다.
새하얀 방패 뒤에 가려진 펄센코 경호원들이 천천히 나왔다. 모두 새하얀 방탄복장을 착용하고 있었다. 총까지도 하얀색이었다.
그들은 방패를 들고 있는 인원을 포함하여 총 4명이었다. 방패를 든 인원을 제외한 3명은 총을 겨눈 채 민수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수가 말했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마. “
민수가 손을 든 채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민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민수 앞까지 오면 로딩창이 보일 것 같았다. 민수는 재빨리 본인의 재킷을 위로 걷어올리려고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민수의 귀옆으로 총알이 스쳤다.
탕!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 텐데?”
가운데서 다가오는 하얀 복장의 경호원이 말했다.
민수는 흥분하여 소리쳤다.
“장난 아니고, 내 몸에 리모컨 폭탄이 있거든. 더 오면 다 같이 죽는 거야!”
그러자 하얀 복장의 경호원들은 제자리에서 멈췄다. 민수는 기세가 올라 소리쳤다.
“폭탄 보여줄까? 킥킥 “
민수는 손을 천천히 뻗어 윗옷을 올렸다. 민수의 허리에 폭탄이 부착되어 있었다.
민수가 로딩창을 조심히 보았다. 아직도 10분이 남아있었다. 시간을 더 끌어야 했다. 민수가 그들에게 다시 소리쳤다.
“모두 나한테서 떨어져. 협상을 요청한다.”
경호원들은 가운데에 있는 인원을 쳐다봤다. 가운데의 경호원이 대장인 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들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민수는 메모리칩 제어장치를 볼모로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여전히 민수를 조준한 채 그들은 민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어차피 내가 이곳을 못 나가는 건 알아. 작전도 실패했고.. 앞에 내 동료만 수습하게 해 줘. 그러면 순순히 잡히겠다. “
경호원들은 조용히 총만 겨누고 있었다. 잠깐의 침묵 뒤 경호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겠다.”
민수는 조심히 바로 앞에 있는 개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흰자만 보인채 떠있는 그의 눈을 조용히 감겨주었다. 민수는 그를 위해 잠시 묵념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로딩창을 보니 30초가 남아있었다. 민수는 조용히 품속에 손을 넣었다. 그러자 경호원들은 소리쳤다.
"손 빼!"
민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킷 안에서 총을 꺼냈다. 경호원들은 총을 발포하기 시작했다. 민수는 총에 맞으면서도 마구 난사하기 시작했다.
난사전이 시작되었고, 여러 발의 총을 맞은 민수는 힘이 다할 때까지 경호원들을 향해 격발 했다. 그리고 로딩창을 봤다. 화면이 총에 맞아 깨졌지만 '완료'라는 글자가 보였다. 민수는 주저앉았다. 그리고 피를 토했다. 자신의 몸을 보니 온통 피투성이었다. 손에 힘이 빠져 총을 놓쳤다. 민수는 나지막이 말했다.
“끝났다..”
그 목소리와 함께 민수의 몸에서 폭탄이 터졌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 민수가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그는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뭐야, 나 아직 살아있나?”
그리고 주변을 보았다.
간호사복을 입은 금발의 혜정이 놀란 표정으로 민수를 보고 있었다.
민수도 덩달아 놀라서 우물거리며 말했다.
“혜.. 혜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