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중간 관리자는 마치 우리 몸의 ‘허리’와도 같다. 그런데 이 허리 역할이 생각보다 어렵다. 위로는 임원의 긴급 지시와 높은 기대에 대응해야 하고, 아래로는 MZ 세대 팀원들의 “이걸요?”, “제가요?”, “왜요?” 같은 질문 속에서도 업무를 배분하고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상하 간의 균형을 조율해야 하는 자리, 그게 바로 팀장이다.
나 역시 중간 관리자였을 때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임원 보다 어떤 면에선 더 힘든 자리였다. 어디 대놓고 시원하게 하소연할 곳조차 없었으니까. 상사 임원의 지시를 받으면 일단 “네”라고 답한 뒤, 그 내용을 분석하며 팀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깊이 고민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팀원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확연히 달랐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받을 때, 팀원은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심리적인 긍정성도 높아진다.
결국, 중간 관리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맥락을 번역하는 능력’이다. 임원의 지시가 다소 추상적이거나 비현실적으로 보일 때, 그것을 팀원들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화해 전달해야 한다.
반대로 팀원들의 질문과 우려는 전략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해 임원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처럼 중간 관리자는 위와 아래를 잇는 다리이자, 양쪽의 언어와 관점을 조율하는 중재자인 것이다.
중간 관리자는 또한 두 얼굴을 지녀야 한다. 팀원들과는 신뢰를 바탕으로 수평적인 관계를 맺으며 진심으로 소통해야 하고, 동시에 임원에게는 책임감 있는 파트너로서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특히 MZ 세대 팀원들의 ‘3요(이걸요? 제가요? 왜요?)’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일의 맥락을 이해하고 동기를 찾기 위한 적극적인 반응일 수 있다. 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팀의 성장 기회로 전환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반면, 임원에게는 이러한 팀원들의 반응이 조직에 필요한 ‘건강한 피드백’이라는 점을 명확히 설명드리는 것도 팀장의 몫이다.
좋은 중간 관리자는 단순히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잘 풀어주는 사람’, 즉 위와 아래의 소통을 정제하고 정리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지시만 전달하는 역할이 아니라, 함께 방향을 고민하고 실행의 방법을 설계해 주는 동반자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팀원은 신뢰를 가지고 따라올 수 있고, 임원도 안심할 수 있으며, 조직도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성장한 팀장이 임원이 되었을 때이다. 중간 관리자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척추’에 살을 붙이고, 조직의 각 층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완전체’ 조직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조직의 허리이자 척추를 세우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