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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퇴사의 중요성

by 로드퓨처

오래 다닌 대기업을 나와 작은 스타트업으로 옮긴 후배를 만났다. 대기업 퇴사의 이유는 반복되는 진급 누락과 이에 따른 비전 상실이었다고 했다. 워낙 성실하고 실력 있는 친구라 금방 더 좋은 곳으로 갈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고 했다.


회사에서 나오기만 하면 어디서든 줄 서서 모셔갈 거라 믿었지만, 반복되는 서류 탈락과 면접 불합격을 겪으며 “내가 생각했던 나와, 시장이 보는 나 사이의 간격”을 처음 느꼈다고 했다. 1년 가까운 도전 끝에 작은 스타트업에 겨우 입사했지만, 정작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체계 없는 조직, 매일 바뀌는 방향, 무엇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감 등.


결국 후배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대기업 나온 게 너무 후회돼요. 그땐 더 좋은 세상이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예전 회사가 얼마나 안정적이었는지 알겠어요. 여긴 승진이 아니라 생존이 목적이에요.” 후배의 얘기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떠올려 봤다. 한 조직의 평가가 나의 절대적 가치가 아닐 수도 있으며, 실력이 있다고 해서 언제든 선택받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감정이 격한 순간에 내리는 퇴사 결정은 커리어에 오점을 남길 수 있다. 나는 후배에게 후회만 하고 있지 말고 지금 자리에서 어떤 형태라도 좋으니 ‘나만의 자산’을 만들라고 말해줬다. 어떤 프로젝트든, 어떤 성과든 다음 스텝을 열어줄 무언가를 만드는 데 집중하라고. 그리고 정말 원하는 것이 직함인지, 역할인지 스스로 다시 물어보라고도 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이 있을지 모른다. 퇴사는 잘못된 결정이 아니다. 다만 ‘도피’로 선택한 퇴사와 ‘준비된’ 퇴사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그래서 감정이 아니라 현실적인 다음 2~3년의 시나리오를 먼저 그려보고, 이직 시장에서의 내 위치를 냉정하게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후배와의 대화는 나에게도 내 커리어의 선택들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 나는 내 커리어라는 그릇을 성과라는 내용물로 차곡차곡 채우고 있는가?"이다. 퇴사를 고민하는 분들이 언젠가 지금의 선택이 후회가 아니라 성장의 시발점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있는 모든 분들께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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