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임원 인사가 한창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30대 상무”, “40대 부사장”, “젊은 대표이사 전진배치” 같은 헤드라인이 언론을 채우고 있다. 그분들이 유능해서 승진했다는 사실엔 당연히 일말의 이견도 없다. 다만, 한 번쯤은 다른 각도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다.
요즘 일부 기업에선 ‘젊은 임원 발탁’ 자체가 마치 회사의 젊음을 증명하는 홍보 메시지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우리 회사는 이렇게 젊어졌습니다”라는 광고 문구처럼. 30대에 임원이 되면 당사자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임원직의 평균 재임 기간을 떠올리면 길어야 몇 년일 가능성이 크니까. 물론 롱런하며 계속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한순간에 혹독한 전쟁터로 내몰려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만약 회사가 이미지 차원의 브랜딩을 위해 유능한 젊은 인재의 커리어를 ‘시한부’로 만들어버린다면,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젊은 임원”이라는 상징만으로 회사의 진짜 개혁이 이뤄지진 않는다는 점이다. 혁신은 나이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권한과 책임이 균형을 이루고, 실패를 용인하는 도전 문화가 보장되며, 그 실패가 다음 무대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을 때 비로소 혁신이 가능하다.
젊은 리더를 발탁하는 일이 진정한 혁신이라면, 그 이후의 ‘지속 가능한 개혁 서포트’까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즉, 젊은 리더가 신선한 DNA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회사 전체가 같이 젊어져야 한다. 타이틀을 주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임원은 회사로부터 거대한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는 자리다. 직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게가 주어진다. 웬만한 경력과 경험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무게이기도 하다. 만약 그 무게를 못 이겨 조기에 낙마한다면, 회사는 브랜딩을 위해 실력파 한 명을 소모한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젊은 임원이 뉴스의 주인공으로 소비되는 세상이 아니라, 젊은 리더가 오래 살아남아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인사는 회사의 미래를 말해준다. 그 미래를 ‘이미지’로 포장하기보다 ‘전략’으로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