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말로 App으로 신청하셔야 돼요, 진짜로요" 하는 내 말에 보냈던 박과장님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 눈빛이 상담장면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찰캌'임을 알았다.
교육을 조금 늦게 끝내서 상담실에 10분 정도 늦게 온 적이 있었다.
박과장님 상담시간이었기에(장기 내담자여서 상담실이 익숙하니) 차 드시면서 편안히 기다리시겠지 하며 상담실 문을 열었는데! 박과장님이 문 바로 앞에 서 계셔서 부딪칠 뻔한 것이다.
"아니, 앉아계시지 이렇게 서 계셨어요? 처음 와본 곳도 아닌데..."
"그러게요. 상담사님과 같이 있을 때는 여기가 이렇게 넓은지 몰랐어요. 포근하니 아담하게 느꼈었는데... 시간도 엄청 빠르게 가구요. 그런데 오늘 상담사님 안 계시고 혼자 있으니 5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고 상담실이 엄청 큰 거예요. 커다란 공간에 혼자 앉아있는 기분이 확 드니까 안절부절못하게 되고.. 그러다 언제 오시나 문 앞에 서 있게 된 거예요.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처럼...ㅎㅎㅎ"
"함께 있던 공간에 혼자 계시니까 그랬을까요? 이곳에선 늘 둘이었으니까요..."
"그런가 봐요, 왠지 외로움이 확 오더라고요"
이제는 내가 그렇다.
박과장님이 2주에 한 번은 오시곤 했는데 와야 할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허전하다. 외로움은 아니지만 떠난 사람이 남긴 공간과 시간이 내게 아직 붙어있다. 상담자와 내담자로서 공식적인 장소와 시간을 공유했음에도 가족의 느낌이 있다. 떠나보내야 될 때를 알지만 떠나보내지 못하고 망설였음을 인정한다. 서로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상담을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 종결할 때가 되어 종결하는 것이 좋은 일이다. 이리 좋은 일이 내겐 이별로 느껴지고 잔인하다까지 느껴져서 종결을 미룰 때가 있다.
참 희한하게도 이럴 때 시스템의 변화가 종결을 자연스럽게 시켜준 것이다. 나는 박과장님의 성격에 App을 사용할 사람이 아니지... 생각하며 종결을 다짐하고, 박과장님 역시 App은 정이 없고 비밀을 보장 못한다(물론 박과장님의 생각이세요!)는 단호한 믿음으로 신청하지 않고 내 연락을 기다리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