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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음의태양 Aug 05. 2020

#중년, 그 모순된 삶을 살다

위기의 중년을 위해

중년? 위기의 순간들이 온다.

말 그대로 중간 어디쯤의 나이지만, 끝에 다 달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이젠 집안의 중심도 아니다.

그들의 자리는 가장 가장자리(Edge)의 어디쯤이 되어버렸다.

잘 교육받은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혐오증은 그의 아내이다.

가장의 권위는 이미 구시대적 산물이다. 

현시대의 권위의 사전적 정의는 가정에서는 ‘다정함’, ‘토닥여 주기’ 등으로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


밖에서는 그는 꼰대가 되어 밀려있다.

시원한 서릿김 소주잔과 찌그러진 소담한 막걸리 그릇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의 오랜 동료이다.

건강검진 전후 며칠간은 그는 잠시 등산 반바지와 러닝화와 친분을 쌓기도 하였다.

집 근처 선술집 앞에선 침만 꼴깍.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살아내고 싶었다.


당연히 하던 어떤 것들은 해야 하고,

당연히 해오던 어떤 것들은 이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가장으로서의 복지? 혜택은 줄어나가는데

요구하는 기대역할만 많아진다.

현실성 없는 기대를 채우는 무슨 TV 프로그램의 시청자로서의 기대는 현실세계에 적용된다.

나 빼고는 다 그렇게 사는 줄 아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렇게 안 살면서 촬영할 때만.. 꼭...


그 언젠가는 새벽에 불현듯 잠을 깨 아직 살아있음을 실감했고

옛 상처의 기억에 뒤척이며 젖은 눈을 비비며 잠을 청하기도 하였다.

이곳저곳이 아프지만 어디서 무얼 하다가 아프냐는 말이 들려올 거 같아 침묵하였다.

혼자 찾은 병원에서는 곧 괜찮아질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안도하기도 하였다.

나이 드신 부모님의 안녕을 바라면서도 정작 나의 안녕은 스스로 챙겨야 할 무렵이다.


어느 누군가의 말처럼 ‘보면 밉고 안 보면 측은’해진다는 말은 바로

그 누군가가 나를 보며 하는 말처럼 들린다.

사춘기의 아이는 입을 닫았고 그는 어떻게 소통할지 방법을 모른다.

다 지나가겠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게 된 독방 생활.

어쩌면 자유로운 동시에 슬프기도 한 이중적인 생활

괜찮지만 괜찮지 않은,

보고 싶지만 혼자이고 싶은,

가만히 있고 싶지만, 집에 있기 싫은,

돌아가고 싶으나, 돌아갈 곳이 없는

이룬 것도 가진 것도 있으나, 정작 제 것이 없는

술이 쓰디쓸수록 달콤하다 하는

모순의 삶을 살아내는 이들.


그 속에서 몸을 낮추어 살아내는 이들을 응원한다.


나를 통해서, 나의 글을 통해서

누군가 힘을 얻고

살아갈 수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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