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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라온
Oct 13. 2024
34. 노스애르사애
나다움
이범재 지음(2021), <노스애르사애>
가끔 사무실에서
숨 막히게 답답하거나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땐
근처 도서관에 간다.
생긴 지 몇 년 안 돼서 깔끔하고 디자인도 세련되고 전망까지 좋은 도서관이다.
역
근처에 이런 힐링 장소가 있다니.
시간이 많지가
않아
그림책 코너로 간다. 머리가 복잡할 때는 그림책이 최고다.
서점에서는 그림책이 다 포장되어 있어서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도서관 그림책 코너를 좋아한다.
그림책 코너라 그런지 의자도 알록달록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디언 텐트도 있다.
몇 번 가봤지만 아이들이 있은 적은 없었다. 그림책 두세 권을 집어 들고 인디언 텐트 안으로 몸을 구겨 넣는다.
인디언 텐트에 들어가 그림책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다락방에 올라가 만화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
난 아이보다 어른이 더 그림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의 그림은 예쁘고 다양한 색감으로 정서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짧은 글 속에 깊은 여운과 교훈이 담겨 있다.
너무나 귀여운 그림과,
잔잔하고 훈훈한 내용들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여느 부모처럼
딸이 어렸을 때는 매일 잠들기 전에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딸은 한번
보
고 재미있었던 책이나 영화는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
아이
때는
더 했다.
그래서 딸아이가 한 번 꽂힌 그림책은 수십 번(아니 백 번은 훨씬 넘게) 읽어 준 것 같다.
그렇게 의무적으로 읽었던 그림책을 이젠 내가 읽고 싶어 도서관에서 읽으니 나만 딴 세상으로 잠시 날아온 듯한 느낌이었다.
그중에 읽었던 그림책 중에 하나가 "노스애리사애"라는 그림책이다.
노르애르사애는 주인공 애벌레의 이름이며, 뜻은 "내 모습 이대로를 사랑해"이다.
똑같은
잎사귀
먹이를 먹고, 모두가 나비가 되고 싶다는 같은 꿈을 꾸는 걸 주인공 애벌레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모두 꿈이 같을 수 있지?"라고 계속 의구심을 품고 모험을 한다.
노
스
애르사애는 다른 애벌레들처럼 잎사귀를 먹지 않고 오늘은 이 꽃 내일은 저 꽃을 먹으며 새로운 경험들을 즐긴다.
다른 걸 먹기에 다른 애벌레와 몸 색깔도 다르고, 매일 먹는 내용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변한다.
개나리꽃을 먹으면 노란 애벌레로,
진달래꽃을 먹으면 연분홍 애벌레로,
양귀비꽃을 먹으면 빨간 애벌레로.
그래서 결국 다른 애벌레가 모두 녹색 애벌레로 살아갈 때, 노스애르사애는 알록달록한 애벌레가 된다.
또한, 노스애르사애는 나비가 되지 않은 걸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또한 나비가 되기 위해
열망하지도 않으며 땅 위에서
만나는 동물들과의
모든 순간들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받아들이고
느끼고
즐긴다.
그림책 내용의 애벌레 집단이 마치 우리 사회와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대부분 비슷한 꿈과 희망을 갖고, 때가 되었을 때 서로 진도를 비슷하게 맞춰서 합류해야 제대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사회.
우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그렇게 살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내가
노스
애르사애가 되어도 불편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고 행복한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답게 사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 동화 속 공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렇게 나는 가끔 그림책을 보러 도서관에 간다.
글자수는 얼마 없어도 나를 꽉 채워주는, 지식보다 소중한 그 뭔가가 그림책에는 가득 들어 있으니 말이다.
"지금 당신은 당신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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