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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Oct 07. 2024

33. 몸은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삶

베셀 반 데어 코르크(2020), <몸은 기억한다>

정말 두꺼운 소위 말하는 벽돌책이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의 몸과 정신적 상태 그리고 치유하는 방법을 다각면으로 조사하고 관찰하고 이론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 나오는 트라우마의 사례는 참 보는 것조차 힘든 사례들이다.

트라우마는 몸으로 고스란히 기억된다고 한다. 기억은 사라져도 몸은 그 사건을 기억하고 감정으로 분출한다.


사람들은 의지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하고 우울과 다양한 정신적인 문제로 괴로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려는 사람들. 사람들은 결국 사람들 안으로 들어와서 자신의 고통을 인지하고 표현하고 감정을 나눔으로써 치유의 길로 들어선다.


전쟁이라는 큰 트라우마 또는 사람이 사에게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재난 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자기 상황을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러나, 사람들은 어떤 이유였던 살아가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길을 찾는다.

그 길 외롭고 힘든 길이 될 수 있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본인이 겪은 일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심지어 기억에서 본능적으로 없앰으로써, 그 두렵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으로부터 본인을 보호하려고 애쓰는 경우도 있다.

그 애씀이 몸에 증세를 만들기도 하고 온갖 몸과 마음의 질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은 지극히 사회적인 존재다. 인간의 뇌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함께 놀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프랑스의 정신의학자 피에르 자네는 "모든 인생은 한 편의 예술이고, 얻을 수 있는 조각을 다 조합해야 완성된다."는 멋진 표현을 했다.

그러나 상상할 수 조차도 힘든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인생이 놀이이고, 한 편의 예술이라는 말에 동의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성장하면서 우리는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점차 배워가지만, 자기 관리를 맨 처음 배우는 건 바로 우리가 돌봄을 '받는'방식을 통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트라우마을 겪은 아동들은 이 돌봄이 빠져있기 일쑤다.


"돌봄을 익히지 못한 채 성장하게 되면 자기를 돌볼 수도 없지만 남과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기가 힘든 건 당연한 결과다. 어릴 때 건강한 애착관계가 형성되어야 안정적인 정서로 자리 잡히게 된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종종 자신이 트라우마를 겪었던 시절들의 기억을 송두리째 기억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끔찍한 경험을 기억 못 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아니라고 하는 해리 증세까지 나타나는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일 것이다.


니체는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축복'이라고 했던가.

잊지 않으면 살 수 없기에 저절로 지워진 아니 지워졌다고 생각했던 상처들이 자기도 모르는 현상으로 나타나서 일상을 힘들게 하는 사례도 있다.


그 망각 속에 숨겨진 트라우마의 상처들은 몸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몰려오는 감정을 무시하면 안 된다. 그 감정들은 몸에서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안타까웠던 책이다.

몸은 고스란히 모든 걸 기억하고, 감정은 몸이 말하는 언어다.

끔찍한 트라우마를 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사람들.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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