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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Nov 27. 2024

전복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4가지(3)

“저와 협력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내년에 심천으로 내려가 센터를 운영할 것이라는 말에 홍콩의 일본학교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협업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어떤 면에서 협업을 하고 싶은지 물으니 저녁에 화상 미팅을 하자고 했다.      


밤 12시가 다 되어 ZOOM에 접속하니 홍콩 일본학교의 한국인 법인장 얼굴이 보였다.    


“저희가 제안 드리는 협력 방식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겠는데요. 하나는 저희가 심천에 지사를 내면 그걸 맡아주시는 것이고요. 하나는 함께 투자를 해서 법인을 세운 후 지분을 나누는 방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에 지사를 맡게 되시면 월급을 드리는 방향이 있고요. 그런데 월급 받는 건 별로 선호하시지 않을 것 같아요.”  

   

“네. 월급 받는 건 재미가 없잖아요.”


“ㅎㅎ. 그러실 것 같았어요.”


“현재 한국어센터 쪽은 강의를 개설하지 않으신 것 같더라고요.”


“학생은 있습니다. 협력 업체에 강의를 맡겨 놓은 상태이고요. 2년 전에 윤 선생님한테 강의를 맡기려고 했었는데 그때 베트남에 가신다고 하셔서…”


“일본학교 선생님들도 학생모집을 위한 라이브방송을 따로 하고 계신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네. 저는 정말 하고 싶은데요. 개인 사업일 때와 회사에서 직장인으로 강의를 하시는 분들의 마인드가 다르다보니까 다들 방송을 원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럼 홍보에 상당히 제약이 있을 텐데요. 지난번에 스테파니 원장님께서 저한테 유학박람회 홍보 부탁하셔서 자료를 잠깐 봤었는데, 제 기준에서는 전통 방식이더라고요. 실제로 학생이 박람회 참석해서 보고 느낀 것을 인터뷰하는 모습을 따서 넣고, 학생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 눈에 보이게 홍보를 해야 하는데 PDF에 음악만 입힌 형식이라 매력도가 너무 떨어졌어요. 그래서 저와 함께 일하면 이런 부분에서도 상당히 부딪치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건 윤 선생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실 수 있어요. 시대가 바뀌면 그 방향에 맞춰야죠.”


“홍콩은 어떻게 홍보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대륙은 난리입니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강사가 직접 라방에 나와서 실제 수업을 해요. 중국인 강사로 어려울 것 같으면 한국 원어민과 조를 만들어서 방송하고 실시간으로 학생 모집을 하거든요. 저도 라방을 해서 학생을 모집하는 비중이 높고 심천에 내려가면 이걸 더 확대할 거고요.”


“그 부분은 걱정마세요. 대륙 시장에 맞춰서 움직여야죠.”


“그런데 왜 저인가요?”

“지난번에 K뷰티 프로그램 하신다고 홍콩센터에 홍보 오셨을 때 원장을 비롯해서 임원들이 윤 선생님 보고 다들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제 눈이 틀리지 않았다고 더 확신하게 됐어요. 그래서 정말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지난 10월 중국바이어들과 한국 화장품 산업단지를 매칭하는 K뷰티 교육 프로그램 행사 사진. 왼쪽이 홍콩 일본학교 교장 선생님과 찍은 사진


“저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죠. 그런데 다른 나라에 간다는 얘기만 하지 말아 주세요. 매번 제안 드릴 때마다 다른 나라에 가신다고 하셔서…”

"ㅎㅎㅎ네. 그러죠."


홍콩에 있는 경쟁사들 명단을 요청하는 것을 끝으로 우리의 미팅은 끝났다.

미팅을 마치자마자 의자에 몸을 깊게 묻는 내 모습을 보던 파트너는     

“홍콩, 진짜로 가게?”

“응.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

“석가장이 더 좋은데 가려면 석가장으로 가지.”

“거긴 너무 다 갖춰져 있어. 내가 이것저것 시도하고 분투하면서 성장할 기회도 없이 규모가 커져 버릴 거야.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대체 되겠지. 내가 만들고 싶었던 플레이그라운드의 모습이 아니라 돈을 빨리 회수하고 싶은 중국 사장님들의 지휘에 맞춰서 움직여야 할 거야. 그럼 사는 게 뭐가 재밌어.”

“꼭 협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겠나?”

“그러게. 나도 대련팀하고 삐걱거리면서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낫지’라는 생각을 1000번도 넘게 했거든. 그리고 나중에는 거의 혼자 움직였고. 그런데 혼자 마케팅 하고, 강의하고, 프로그램 짜고 하면서 진짜 혼자 다 할 수 있게 되니까 ‘이걸 팀이 있으면 얼마나 더 재밌고 크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리고 그 팀은 반드시 이걸 하고 싶어서 죽겠는 사람들이면 좋겠다 싶었거든. 홍콩은 나한테 2년 전부터 같이 하자고 했잖아. 정말 하고 싶다고. 보는 게 수준이 되고, 기준이 되잖아. 홍콩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는지도 궁금하고. 올해는 홍콩이랑 한번 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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