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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디자이너 Sep 02. 2020

4. 디자이너가 된다고?

- 디자인 과정과 조력자의 힘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단계를 거쳐서 디자인을 조율하는 일은 디자인 단계에서 필 수적이다. 그리고 그것을 잘 해내는 것도 디자이너의 실력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내 주변이 방해꾼으로 채워져 있다면 내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힘들 수 있다.

그럴 때는 나를 지지해 주는 상사나 동료가 있는 곳을 찾아 떠나기 바란다.


나는 한 회사에서 꽤 오래 일했지만, 여러 팀을 통해 경험을 쌓았다. 각 팀들은 마치 다른 회사 같은 느낌이었다. 같은 회사 안이라도 각 팀의 일하는 방식이나 분위기는 각각의 팀장이나 팀원들의 성향에 따라 매우 달라졌다.


혹시 독자 중에서도 현재 회사의 급여나 복지가 나쁘지 않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팀의 분위기가 자신에게 맞지 않아서 퇴사를 생각하고 있다면, 반드시 현재 회사 내 다른 부서로 옮겨본 후에 결정하기를 추천한다.

회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이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팀장이나 팀원들의 성향에 따라 그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같은 회사의 바로 옆 팀이라도 전혀 다른 업무 스타일과 팀 분위기가 가능하다.


최소한 내 앞길을 막으려고 하는 동료와 직장 상사가 가득한 곳은 피해야 한다. 이미 디자인 결제 단계가 너무나 많은데 주변이 방해꾼들로 차 있다면 가능한 일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조너던 아이브(Jonathan Ive)라는 디자이너가 스티브 잡스와 일하지 않았다면 애플의 디자인이 가능 했을까?

아마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 작은 디자인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넣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수많은 엔지니어가 반대 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그 디자인을 지지하고 진행을 밀어 붙여서 성공시켰다. 물론 그 디자인의 성공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한 엔지니어 및 관련된 모든 사람이 협심한 결과다.



우리의 직장상사는 그런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런 힘이 있다.




나 같은 경우에도 내가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했을 때 당시 디자인센터장이 나의 디자인을 지지해 주었기 때문에 디자인을 만들 수 있었다. 당시 나의 직속 팀장이나 실장은 내가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을 반대했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실패할 것을 우려해서였다. 그 분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만 일을 벌였다가 잘못되면 책임을 져야 하는 우리나라와 회사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내가 계획한 디자인을 성공시킬 자신이 있었고 꼭 진행하고 싶었다. 그래서 디자인센터장님이 디자인을 품평하고 있을 때, 센터장님께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는 이렇게 움직이는 디자인이 더 임팩트 있고 멋있을 것 같은데 한번 만들어 보면 안될까요?”


센터장님은 나를 흘긋 쳐다보시더니,


“너 이거 정말 하고 싶구나?

(잠시 생각)..................................................................음, 그래 그럼 한번 해봐.”


이런 말을 남기고 총총 사라지셨다.




나는 어찌되었든 센터장님께 허락을 받아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진행하게 되어 기뻤지만, 어떻게 보면 조직 위계를 지키기 않고 내가 직접 센터장님께 허락을 받은 것이라서 나의 직속 팀장님이나 실장님은 아마도 그 상황이 탐탁치 않았을 것이다.


원래 보고의 단계는 다음과 같은데,


사원/대리->과장/차장->팀장->실장->센터장


나는 아래처럼 두 단계를 뛰어 넘고 보고를 한 셈이었다.


사원/대리->과장/차장->팀장->실장->센터장


내가 신뢰가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승낙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혹시라도 내가 새로운 것을 도전했다가 실패한다면 그 실패의 책임은 나의 직장 상사들도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니. 직급이 높을수록 순식간에 자리가 없어질 수 있는게 회사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그때 나를 믿어준 센터장님이 너무 고마웠다.




그때의 나 에게도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역할을 하는 직장상사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방향의 새로운 디자인을 할 수 있었다. 그런 기회가 좀더 빨리 왔다면 좋았을 텐데. 디자인 경력 10년이 넘어서야 그런 기회가 생겼다. 그래도 이제와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것은 디자인 진행에 반드시 조력자가 존재한다는 나의 실제 경험 중 하나일 뿐이다. 크고 작은 모든 일에는 우리를 지지해주는 조력자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조력자는 나의 직장 직속 상사 일 수도 있고 아니면 동료가 될 수도 있다. 때로는 나의 디자인을 지지해주고 서포트해주는 후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나아가 우리가 진짜 프로페셔널한 디자이너로서 일 할 때는 반드시 그 일을 관철되게 할 수 있는 직장상사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런 역할의 사람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나의 디자인은 절대 시장에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나의 직장 상사가 지나치게 나의 디자인 진행을 방해한다면 반드시 내가 있을 곳을 다시 고려해보자.




사실 디자인 분야 뿐 아니라 모든 영역이 실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당시 내가 처한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게 된다.

내가 원하는 멋진 디자인을 하고 싶다면 나 혼자만의 훌륭한 실력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깨닫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주변을 둘러보고 나의 조력자는 누구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나는 어떤 조력자가 되고 싶은지도 생각해보자.

나의 디자인을 지지해주는 조력자는 소중하다. 그런데 내가 사라질 뻔한 멋진 디자인을 지지해줄 수 있는 조력자가 된다면 그것도 멋진 일이다.


다 같이 좋은 디자인을 지지해주자.

얕은 정치 술수는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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