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을 넘기고서는 한 해 한 해 지나가는 것이 달갑지 않다. 내가 싫어한다고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겸허히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올해의 변화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1. 이직
올해 2월 어린이집을 퇴사하고 3월에 지역 육아종합지원센터로 이직을 했다.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일하는 장소의 변화였다. 평일의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 소리로 귀가 먹먹했던 시끄러운 교실에서 일을 하다가 숨소리조차 조심해야 하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업무도 완전 달라졌다. 아이들 지도,교육과 관련된 업무를 했던 교사에서 지금은 국가에서 내려온 예산에 맞춰 돈을 쓰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으며 맡고 있는 사업을 계획하고 보고하는 서류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조용한 사무실에 적응하는 것.. 그것은 이직 후 나를 가장 괴롭게 했던 부분이었다.
아이들이랑 같이 있으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사건들에 매 순간 정신없다가 스스로 업무의 일정을 계획해서 하루를 채워나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막막함이 가득했던 입사 초반에서 지금은 잘 적응해 업무에 만족하면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좋은 시기에 이직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2. 종교
한동안 교회에 잘 나가지 않다가 올해부터 정기적으로 나가는 교회가 생겼다. 2022년에 원래 다니던 교회를 나가는 것을 그만둔 후 여러 교회를 방문해 보았지만 꾸준히 출석하는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는데 다행스럽게도 매주 나가고 싶은 교회를 찾았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 교회를 나가는 일정의 변화'뿐 아니라 삶과 신앙을 대하는 마음도 이전과 달라졌다. 이러한 변화가 왜 생겼는지는 참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 인간이 너무나 나약한 존재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교회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고 그 과정 속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사랑이 삶 속에 계속 존재하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3. 가족의 탄생
2024년에 이어서 2025년에 또 한 명의 조카가 태어났다. 12월 4일에 태어난 조카 조은이는 엄마와 함께 조리원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아직 결혼도 하지 못한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건방질 수 있지만, 우리 오빠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된 것이 좋다. 인생에서 사람이 변화하는 가장 큰 계기는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20대 까칠했던 오빠는 결혼하고 아빠가 되어서 더 부드러워졌고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니깐 이것은 참 좋은 일이다.
감사했던 2025년을 보내고 어떤 마음으로 2026년을 맞이할 것인가? '사랑을 위해서 살아가라.' 몇 주전 목사님이 설교시간에 한 말이다. 2025년을 지내면서 그놈의'사랑'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판단한 '진정한 사랑'을 하는 첫걸음은 '스스로를 내려놓는 것'이다.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자기중심적인 판단을 하게 하는 '나'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2026년에는'나'를 내려놓고 '사랑'을 위해 살아보려고 노력해야겠다.
가을방학의 '취미는 사랑'이라는 노래를 소개하며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글을 쓸 때마다 느낀다. 글쓰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도 글쓰기와 다를 바 없다.
살아가는 것은 매일매일 하면서도 어렵다.
https://youtu.be/5wUNg8Qqw28?si=nV655EyKjVb_hoc5
취미는 사랑 - 가을방학
미소가 어울리는 그녀 취미는 사랑이라 하네
만화책도 영화도 아닌 음악 감상도 아닌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취미가 같으면 좋겠대
난 어떤가 물었더니 미안하지만 자기 취향이 아니라 하네
주말에는 영화관을 찾지만 어딜 가든지 음악을 듣지만
조금 비싼 카메라도 있지만 그런 걸 취미라 할 수는 없을 것 같대
좋아하는 노래 속에서 맘에 드는 대사와 장면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흐르는 온기를 느끼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면서
물을 준 화분처럼 웃어 보이네
미소가 어울리는 그녀 취미는 사랑이라 하네
얼마나 예뻐 보이는지 그냥 사람 표정인데
몇 잔의 커피값을 아껴 지구 반대편에 보내는
그 맘이 내 못난 맘에 못내 맘에 걸려 또 그만 들여다보게 돼
내가 취미로 모은 제법 값 나가는 컬렉션 그녀는 꼭 남자애들이 다투던 구슬 같대
그녀의 눈에 비친 삶은 서투른 춤을 추는 불꽃 따스함을 전하기 위해 재를 남길 뿐인데
미소가 어울리는 그녀 취미는 사랑이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