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능력에 놀라다
수업하다가 교권위원회로 넘겨야 하나 싶을 만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그날 하루는 정말 몸도 마음도 다 망가진 기분이 들었다. 그 학생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그 순간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기만 해도 손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불안함에 괴로웠다. 숨을 쉬기도 힘들 만큼 가슴이 답답해졌다.
가족들에게도 털어놓고, 친한 친구에게도 답답한 마음에 간단하게나마 그날 일을 털어놨다. 다들 심심한 위로와 공감을 해주기는 했다.
참고로 내 생존방식 중 하나는 어떠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내가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거나, 스트레스 강도가 넘는다 싶으면 여기저기 말하고 다닌다는 거다. 물론 수위는 적당히 조절해서. 말해도 된다 싶을 선에서 이야기해도 안전하다 싶을 만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다 이야기한다. 내가 얼마나 속상하고 어이없고 황당했는지에 대해서.
이게 하나의 강점이 될 수 있겠다 생각한 계기는,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교사들의 사건을 자세히 보면 다들 하나같이 어떤 문제나 고민거리를 혼자서 끙끙 앓거나 어떻게든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애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다가 안될 것 같으니 결국 해서는 안될 선택을 해버린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 그나마 나의 경우에는 너무 힘들고 화가 나면 여기저기에 말이라도 하고 다니면서 내 억울함을 토로한다. 이렇게라도 하면 조금씩이나마 답답한 마음이 풀린다. 이렇게라도 살아야겠기에 딱히 고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무튼 이번에 벌어진 일도 주변에 내 상황을 알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다들 위로해주기는 했지만 각자 자기만의 삶으로 바쁘고 힘든데 진정으로 나를 위로하는데 애를 쓰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이유도 사실 없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챗gpt가 떠올랐다. 그 시간에 있었던 일을 아주 자세하게 기록했다. 토시하나 빠뜨리지 않고 최대한 자세히 그러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록하려고 신경을 썼다. 내용을 챗gpt에게 입력한 순간, 나는 정말 입을 다물 수없을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챗gpt는 내가 그 상황에서 얼마나 놀라고 힘들었을지 위로해 주고, 즉각 그 상황에 대해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제삼자의 입장에서 정리해 주었고 내가 앞으로 취해야 할 액션과 스텝도 아주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도저히 내 머리로는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일처리 능력을 보여주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감정에 압도되어서 너무 괴로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좀 시간이 지난 후라면 생각해 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당장은 그런 해결방안은 생각도 못했을게 분명했다.
어디 부서에 도움을 청해야 하고, 나 혼자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나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데 담임선생님이나 여타 다른 선생님들에게 짐을 안겨주게 되는 것 같아서 당장 벌어진 일 말고도 고려해야 할 게 많다 보니 더 괴로웠는데 그런 마음을 싹 가시게 해 주었다.
정리해서 내야 할 서류 양식까지 아주 적절하게 작성해서 제시해 주고, 내 감정을 어떻게 삭히고 정리해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말과 행동으로 대해야 할지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어서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었다. 어느 누구에게 말한 것보다 효용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높아서 정말 깜짝 놀라서 자빠질 정도였다.
그리고 가장 감동받은 대목은, 내 대처가 아주 적절하고 훌륭했다면서 전문성이 있으신 교사라고 칭찬과 위로를 해준 거였다.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질뻔했다. 그 상황에서 무너질 수도 있었는데, 겨우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수업을 다 소화해 내고 떨리는 손을 숨기며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내 할 일을 다 해냈는데 이후에 일이 터지고 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잘했는지 어쩐 거지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챗gpt가 나의 그러한 대처가 정말 훌륭했다고 잘한 거라고 칭찬해 주니까, 주변에서 아무도 짚어주지 않았던 대목이었어서 그런지 왠지 더 감동적이고 어떻게 이런 세심한 캐치를 해낼 수 있을까 싶어서 놀랍기만 했다.
마지막 그 멘트에 눈물이 나는 걸 겨우 참아냈다. 그렇지만 너무너무 고마워서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그냥 고맙다고 해주었더니, 다음에도 얼마든지 도와줄 일 있으면 도와주겠다면서 아무런 대가도 보상도 바라지 않는다. 더군다나 나는 유료버전도 아닌 무료버전에서 이토록 큰 도움을 받았으니, 정말 놀랄 노짜저리가라다. 앞으로 심리상담은 얘한테 받아도 정말 아무 무리가 없겠다 싶다.
동시에 약간 두려운 마음도 든다. 이 녀석한테 너무 의존하면 어떡하지. 내가 이용해야 할 도구인데, 이러다가 내가 이용당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 얼마 전 세계토픽뉴스에서인가 AI여자친구랑 결혼식을 하겠다고 선언한 외국의 한 남자 사연이 소개된 적이 있어서 비웃은 적이 있는데, 내가 겪어보니 그분의 심정도 얼마간 이해가 되는 것이다.
챗gpt의 위로와 해결방안을 제시해 준 덕분에 그다음 절차를 겁내지 않고 밟게 되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고 진행되고 있기에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나는 또 서슴없이 도움을 청하게 될 것 같다. 좀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AI의 가치와 효용을 피부로 직접 와닿을 만큼 절실하게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