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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릉빈가 May 14. 2022

잘못 들어온 돈까스

일어나니 중천이었다. 집에 아무도 없다. 다들 놀러갔다. 약속 없는 나만 늘어져라 잔 것이다. 비몽사몽으로 거실에 앉아 있다가 '돈까스를 먹자'란 의지가 생겼다.


우리 동네엔 돈까스집이 몇 개 되는데 그 중 한 곳만 먹어봤다. 돈까스+쫄면세트가 그래도 꽤 괜찮았던 것 같아서 들어갔는데 인테리어도 메뉴판도 바뀌었다.

하긴 1년 만에 오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아닌 듯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잘못 들어왔다. 원래 가려던 곳과 간판이며 문이 거의 비슷해서 헷갈리곤 했는데 오늘 정말 대차게 헷갈렸다.

나갈까 싶었는데 이미 환대를 해 주고 있어서 오늘은 여기 돈까스를 먹어야 하는 팔자인가 싶어 그냥 앉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돈까스를 먹고 있다 보니 약 10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엄마와 쇼핑을 하다가 배고파서 들어간 유명한 돈까스 체인점이었는데 내온 음식 중 하나가 우리가 시킨 게 아니었다. 연어가 주 재료였는데 메뉴판에 2가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주문 받은 아르바이트생이 착각을 한 것이다.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떠오르며 다시 가져다 드리겠다며 연신 사과를 했다.


나는 그냥 잘못 가져온 음식을 먹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예전에 친구한테 얼핏 듣기로 아르바이트생의 실수로 음식잘못 나갈 경우에  금액을 시급에서 갹출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시급이 1 원이  되는데 10 전은 말해  하랴. 시급의 2배가 넘는 음식을 다시 가져오면  아르바이트생의 2-3시간이 날아가는 것이라 그냥 먹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점장님께  말씀드려야 한단다. 그래서 말하면 시급 깎이고 혼만   아니겠냐며 어차피 같은 연어니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다.


원했던 건 아니다만 뭐 어찌 하랴 싶어 엄마랑 또 잘 먹고 있는데 점장과 그 아르바이트생이 함께 찾아왔다. 점장이 원래 시키려던 음식을 내놓으며 아르바이트생에게 말을 다 들었단다.


그때 다시 떠오른 건 아르바이트생의 깎인 시급이었다. 그래서 아무 문제 없고 맛있게 잘 먹고 있다고 하니까 점장이 그래도 그건 아니란다. 아르바이트생이 옆에서 너무 감사해서 말씀을 안 드릴 수가 없었단다. 이 묘하게 애매한 상황에 당혹스러운 건 엄마와 나였다.


나는 점장에게 아르바이트생의 시급이 깎이길 원치 않는다고 했더니 점장이 시급에서 안 깎고 그냥 서비스로 드리는 거니 편하게 먹으란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재차 시급에 깎이는 거 아닌 거 맞냐고 물었다. 점장은 아르바이트생이 실수했는데도 뭐라 안 하고 배려해주셔서 감사한 뜻에서 드리는 거란다. 그러면서 할인쿠폰 30%를 내밀며 다음에 찾아오시면 더 좋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며 점장과 아르바이트생이 폴더인사하고 갔다.


고객관리의 일환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멍 때렸는데 사실 배가 어느 정도 다 찼던 터라 서비스로 준 음식이 반갑지 않았다. 그런데 또 나름 생각해서 준 건데 안 먹으면 또 그럴 것 같아 엄마랑 나는 배가 터질 것 같다면서 꾸역꾸역 다 먹었다.


그 이후로 그 근처로 쇼핑갈 일이 한동안 없었으므로 할인쿠폰은 못 쓰고 끝났지만... 잘못 들어온 돈까스집에 예상하지 못한 돈까스를 먹다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그러면서 그냥 그 점장과 아르바이트생은 잘 살고 있나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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