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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람들은 왜 스웨덴보다 항생제를 3배나 먹을까?

감기만 걸려도 항생제 처방하는 나라 vs 꼭 필요할 때만 쓰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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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처방, 나라마다 천차만별

2023년 기준, 그리스는 인구 1,000명당 하루 26.7회분의 항생제를 처방했다. 스웨덴(8.7)과 네덜란드(8.8)의 거의 3배다. 같은 선진국인데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수 있을까?


한국은 25.5로 그리스 바로 다음 2위다. OECD 평균(15.6)보다 60% 이상 높다. 스페인 22.5, 프랑스 22.3도 상위권이다. 반면 독일은 11.7, 일본은 10.0으로 평균 이하다.


숫자만 보면 별 차이 아닌 것 같지만, 이건 공중 보건 위기의 시작점이다.


항생제 남용이 만드는 슈퍼박테리아

항생제는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한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다. 문제는 과다 사용이다. 항생제를 너무 자주 쓰거나 처방된 약을 끝까지 복용하지 않으면 세균이 내성을 기른다. 한번 내성이 생기면 일반적인 감염도 치료하기 어려워진다.


암 항암치료, 제왕절개, 장기이식 같은 생명을 구하는 시술들은 모두 항생제가 효과적일 때만 가능하다. 슈퍼박테리아가 퍼지면 이 모든 게 위험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21세기 최대 공중보건 위협 중 하나로 규정했다.


그래서 항생제 처방률 격차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어떤 나라는 미래를 담보로 현재의 편의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와 시스템의 차이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의료 시스템과 문화적 관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리스나 한국처럼 처방이 많은 나라들은 '예방적 처방' 성향이 강하다. 환자가 불안해하면 일단 항생제를 준다. 의사-환자 관계에서 '뭔가 해주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화다.


반면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같은 나라들은 수십 년간 항생제 관리 프로그램에 투자했다. 의사들에게 엄격한 처방 가이드라인을 교육하고, 환자들에게도 '항생제는 꼭 필요할 때만'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1차 진료 시스템이 탄탄해서 불필요한 처방 압력도 적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항생제 처방이 감소했다. 핀란드는 인구 1,000명당 하루 5.8회분, 캐나다는 5.6회분이나 줄였다. 변화는 가능하다는 증거다.


고기를 통한 간접 내성

직접 먹는 항생제만 문제가 아니다. 축산업에서 쓰는 항생제도 문제다. 항생제를 투여받은 가축의 고기를 먹거나, 항생제 내성 병원균에 오염된 육류와 유제품을 섭취하면 간접적으로 내성이 전파될 수 있다.


태국, 중국, 호주는 가축에게 항생제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반면,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은 훨씬 적게 쓴다. 식탁에서의 항생제 노출까지 고려하면 국가 간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한줄평

항생제를 함부로 쓰는 건 미래 세대에게 치료 불가능한 감염병을 물려주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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