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멈추지 않길 바랐다

by pq

나는 아홉 살이다.


나는 산수가 어렵다.

그래서 산수를 잘 못한다.


학교에서 시험을 봤다.

산수만 빼고 모두 '수'를 받았다.

산수는 '미'를 받았다.

선생님은 통지표에 부모님 도장을 받아오라고 한다.

집으로 가는 길, 공포로 몸이 떨린다.


엄마는 부엌 식탁에서 동생을 안고 있다.

엄마에게 성적표를 내민다.


"무릎 꿇어!"


엄마는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엄마는 부엌 안으로 들어가 커다란 식칼을 들고 온다.

엄마는 식칼을 나를 향해 던진다.


식칼은 내 무릎 앞에 떨어진다.


엄마는 내가 산수에서 '미'를 받은 것에 대해 매우 화가 났다.


"너 같은 똥멍청이 때문에 나까지 욕을 먹는 거 아니야!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네가 그 칼로 널 찔러 죽어! 죽어버려!"


나는 공포에 질린 채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두 손으로 싹싹 빈다.


마음으로는 누가 제발 와서 날 구해주기만을 바란다.


그때.

동네 친구와 친구 엄마가 우리 집 벨을 누른다.

친구 엄마는 친구와 나를 뮤지컬 '캣츠'에 데려가기로 했다.

공연 시간이 다 돼서 나를 데리러 왔다.


엄마가 문을 열자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나를 본 친구 엄마는 깜짝 놀란다.


"얘가 내 속을 하도 썩여서, 내가 주의를 좀 주고 있었어요. 하하. 우리 애까지 챙겨주시고 정말 감사해요."


다른 사람 앞에서 엄마의 모습은 내가 아는 엄마 얼굴과 다르다. 항상.


표정이 풀린 친구 엄마는 친구와 나를 데리고 공연장으로 간다.


살았다.


친구 엄마는 내게 구세주 같다.


다시는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스스로를 칼로 찔러야 하는 곳으로 다시 가기 싫다.


뮤지컬 '캣츠' 공연은 무섭다.


사실적으로 고양이 분장을 한 연기자들이 내 자리로 기어와 얼굴을 들이댄다.

나는 무서워서 의자 밑으로 얼굴을 숨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공연이 끝나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 집에 가는 건 더욱더 큰 공포다.


나는 이 공연이 멈추지 않길 바란다.


비록 무섭게 생긴 고양이들이 나를 잡아먹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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