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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길에서 만난 사람들

9월 9일의 일상

by 아이리스 H


집 밖을 나오면 온통 세상은 놀이터랍니다

하노이 도시를 벗어나 타이빈 의류공장으로

출장 가는 길은 한국의 시골풍경을 닮아 있어서

자주 보는 풍경이지만 언제나 좋습니다.

그저 하늘과 논과 밭과 길일뿐인데...


열심히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벳남 여자

그 옆을 자동차로 가는 한국여자


구구데이 (9월 9일)의 일상을 적어봅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단 하루도 없었으며

365일이 1년이라지만 똑같은 날이 반복

되는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답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 출장길도 그렇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소가 길의 반을 장악하고

보란 듯이 엉덩이를 씰룩 거리며 갑니다.

주인은 애가 탄 듯 워워 한쪽으로 몰긴 하나

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걷습니다.

차 안에서 이 광경을 찰칵 오 홀 ~~

배시시 웃음을 머금어 봅니다.


좁은 길로 들어섰습니다.

차선변경은커녕 양보하기도 힘든 시골길

저 멀리서 나뭇가지를 태우고 있습니다.

어머나! 반대편에서는 자전거를 탄 여인이

우리 어쩌면 되나요? 바쁜데...



나뭇가지를 태우던 여인은 차를 보고도

그 위에 나뭇가지를 더 올리더니 아예

불쇼를 벌입니다. 활활 불길이 ~~~

타이밍 기막힙니다.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니 불이 약해졌습니다


재빠르게 길 위를 쌩~지나갑니다.

잠시 서커스 같은 인생길이었습니다

훗훗 웃음이 나는데 남편과 직원은

어이없는 한숨만 크게 쉽니다.

급했던 일은 가보니 별일이 아니었습니다.


작업지시서를 잘못 본 공장 매니저의 실수

덕분에 불쇼도 보고 온 듯합니다.

인생길 돌고 돌아가는 거 맞는 듯합니다.

돌아오는 길엔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자나 깨나 불조심 아까 그곳의 불은 안전하게

꺼진 걸 확인하고 돌아 나왔다니까요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릅니다.

그때였습니다.

저기! 저기! 저기요 차를 세워봐요

왜 무슨 일? 너무 귀엽잖아요 차가~ 뭐라고?

도로옆 풀숲에 작은 차 트렁크를 열어두고

뭐 하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오호라!

단 한 가지 박시우(커피이름)를 파는 이동 카페

베트남 길가엔 오고 가는 사람들의 쉼터

자동차 카페가 간간히 있습니다.

비가 오는데 빗속에서 한여인이 내립니다.

연우 붓고 얼음 넣고 우유 붓고 커피원액을

부어 4만 동 (2천 원)을 받네요.


찰칵!!

아이스박스를 아시나요? 냉장고가

없던 시절 유용하게 얼음을 채우고 수박이며

야채들을 잠시 저장하는 박스였답니다.

2025년 9월 9일 타이빈 시골 도로에서

자동차 카페를 이용하여 커피 한잔을 ~~

즐기는 아이리스가 있습니다.


빨리빨리의 삶에서

느리고 어설픈 삶을 바라보며

길 위에서 노천카페를 운영하는 모습에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게다가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라고

플라스틱 의자도 개 배치해 두었더라고요

귀여운 꼬마자동차 붕붕이네요


다시

길을 떠납니다.

한참을 달려가는 동안

오락가락하는 날씨는 내 마음 같았습니다.

비를 만나고 개이고 그렇게 말이죠



나에게 벳남어를 가르쳐준 통역사를 저녁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잠시였지만 그는

멋진 사장님이 되어 나타났고 나와 남편을

만나러 먼 곳까지 기사와 함께 왔습니다.


벳남어는 숫자가 중요하다며

1~~100까지 가르쳐 주었고

그 후 시계와 달력을 보고 읽는 법

차번호, 주소, 핸드폰 번호, 등등

숫자를 읽고 말하는 법을 배웠답니다.


출장길에서 만난 반가운 선생님? 통역사

후하게 대접합니다.

중국요리

우리는 오래간만에 베트남 요리도

한국요리도 아닌 중국요리를 먹었답니다.

역시 먹는 음식은 정이고 사랑입니다.

6년 전

처음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즐겁게

식사도 하고 차를 마시며 옛 추억에 퐁당~

세상 밖은 위험합니다. 그러나 천사 같은

좋은 사람들이 곳곳에 있음을 알아갑니다.


긴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어제 만난 듯 반갑고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낯선 땅 하노이에서 마담으로 살아가며

오늘도 한 땀 한 땀 미싱을 돌려 옷을 만들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현장을 오고 가며 삶의 의미와 감사를

그리고 웃음을 찾는 이방인입니다.



무지개 공원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셔플댄스를 배우는 벳남여인들을 봅니다.

못 하이 바 본 남 사우 ~~ 버이 땀

킥킥킥 웃으며 그들에게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출장길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삶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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