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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을 들었다 놨다.

모나리자 모임

by 아이리스 H

꽃다운 20대~


우리는 마음이 잘 통하는 오랜 친구들이다.

이제는 흰머리 대열에 끼여 하나둘

할머니가 되어가는 중이다. 올 가을은 내가...

만나면 여전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요술램프 속 마법을 체험한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듯 반갑다.


꽃청춘 50대 후반~


단톡방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 추위에... 오후 4시 일요일약속이다.

평일은 바쁘게 일하고 토요일은

행사가 많고 주일은 교회에 가니

시간 맞추기가 여간 힘이 든 게 아니었다.

우리 어디서 만날까?


우리 어디서 뭘 먹을까?


양평에서 기차 타고 오는 친구와

Ktx 이동하는 나를 배려하여 서울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울역 1층 태극당

참 오래된 만남의 장소다.


서울역 근처 맛집 식당을 여기저기 탐색하여

올린 친구는 번호 뽑기를 시작했다.


골라골라 마음껏 골라~


1번 레몬 중화요리

2번 등촌 샤부샤부칼국수

3번 심퍼티쿠시

4번 도온


난 1번, 4번

난 2번, 4번

난 3번 , 4번

난 4번...


만장일치로 4번, 식당 이 당첨되었건만

일요일은 쉽니다. 다른 집도 일요일 쉽니다.

우리는 바람 빠진 풍선 모드였다.

어쩌나? 검색왕 친구는 새로운 식당을

찾아 올렸고 우리는 그곳으로 정했다

서울역 근처 소애담이다.


우리는 서울역에서 길 건너

남산 쪽을 향해 걷고 또 걸었다.

하늘이 청명하고 날씨도 좋았다.

오잉? 지나가는 길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유리문 안에서 미리크리스마스를 알렸다.


"우리 들어가서 사진 찍고 나오자"

" 뭐라고? "

"아무나 들어가도 되려나?"

"뭐라 하면 죄송합니다 하고 나오지 뭐"

"그럴까? "

내가 먼저 유리문안으로 들어갔다.

미리 크리스 마스

경비아저씨가 다행히 졸고 있는 틈을 타서

우리는 007 작전처럼 숨을 죽이며 사진을

찍었다. 돌아 나올 때까지 경비아저씨가

졸고 계셨다. 덕분에 감사합니다.

우리는 고양이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뭔가 찜찜한데 스릴만점 이었다.


하하 호호 ~


사춘기 소녀들처럼 뭐가 이리도 좋을까?

남편도 자식도 집에 두고 주말저녁 약속이라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둘씩 짝을 지어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손을 잡고 걸었다. 20대로 잠시 돌아간 듯

타워팰리스가 보이는 쪽으로 걸었다.



이길로 가도 되려나??


머뭇거리고 망설일 때 우리는 함께라서

선택도 결정도 빨랐다. 인생길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하며

지금까지 긴 세월 서로 믿으며 기도해 주고

함께 웃고 울어주었기에 여기까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며 올 수 있었다.


하나, 둘 , 셋...


낙엽을 두 손에 들고 있다가 숫자를 외치면

한방에 날리기로 하고 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한 친구가 숫자를

세기도 전에 낙엽을 혼자서 날리며 빙빙

도는 게 아닌가?

아니 아니 하나 둘 셋에 던지라고...


호호호 하하하 히히히~~~


아름다운 가을 타워팰리스 앞에서

우리는 한마음이 되어 마음껏 웃었다.

가끔은 의견충돌이 나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가 생기기도 했지만...

긴 세월 우정이라는 배를 타고 항해 중이다


남산가는길

식당 예약시간이 30분이나 남아 있기에

좀 더 사진 찍으며 놀기로 했다.

함께 걷다 보니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이었고

우연히 남산을 마주했다. 얼마 만인가?

해외살이 9년 차 마음이 뭉클했다.

남산에서의 추억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갈대밭을 따라 돌담길도 예뻤다.

오르막길이지만 땀나게 으쌰으쌰 올라가 보니

평지였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서 좋았던 그날

넷이서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기에 푹 빠졌다. 빨간단풍처럼

볼빨간 갱년기의 일탈은 너무 즐거웠다.

서울남산


남산을 들었다 놨다. 하하하


웃음소리가 메아리 되어 돌아오고

우리는 식당으로 다시 내려왔다.

푸짐한 엄마표 밥상이었다.

남산 소애담

남산에 다녀와 먹으니 다다다다

맛이 있었다. 식당도 남산도

우리의 만남을 위해 준비된 듯하다.


행복한 시간은 빨리 흐른다.


서울역에 앉을자리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다시 1층

태극당으로 다시 내려와 수다를 한바탕

떨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지만

9시까지 만남은 계속되었다.


아쉽지만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고

바이바이 영상을 찍었다.

20대~50대 후반을 함께해 온 친구들

꽃다운 나이부터 50대 후반을 걸어오며

기쁜 일 슬픈 일 함께 하며 지내온 시간들

할머니 살이는 처음이지만 우린 분명


잘 해낼 것이고 그랜드 마덜로 거듭날 것이다


가을여인들의 웃음소리가

남산을 들었다 놨다 했으며 배꼽 빠지게

실컷 웃어본 하루였고 눈물 나게 힘들었던 일을

풀어내며 글썽글썽 해진 눈과 마음에

따뜻한 차로 위로를 건넸다.


하노이로 돌아와 사진을 보며 다시 웃는다.

남산은 오늘도 잘 있겠지...우리처럼

언제나 지금처럼 함께하자 파이팅!!

ㆍ2025 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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