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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범김회장 Oct 12. 2020

장난감 다시 갖다주자

김회장의 미니미들

나는 어릴 적 구두쇠처럼 아끼며 사는 아버지로 인해 지금도 습관이 되어 미니멀하고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어렸을 때 사진처럼 남아있는 기억 조각에 설날 세뱃돈을 받으면 집 근처 문방구로 뛰어가서 항상 진열대 위에 있는 워너비!!! 바비인형 선물세트는 눈에 고정하고 결국 1000원이나 3000원짜리 바비 짝퉁 인형을 손에 쥐고 와서 머리를 묶어줬다가, 내 양말을 잘라서 옷을 만들어 입혀주곤 했던 기억. 나의 어릴 적 장난감은 그것이 다 였으므로, 요즘에 내 아이들이 장난감 천국에 사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슷한 장난감이 집에 있는데, 마트에 같이 가는 날이면 장난감에서 눈을 못 떼는 아이들을 보면 심기가 불편해진다. 

'저것, 똑같은 거 집에 있잖아!, 소방차, 공룡, 포클레인, 경찰차, 인형 몇 개나 더 필요한 건지...플라스틱 때문에 바다거북이랑 고래가 죽는다던데!!!'

매번 장난감을 못 사게 야단만 치는 것 같아서 어쩌다 허락해 주었던 날이었다. 

아이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이가 나의 눈치를 살폈다. 

집에 도착해서 

"이것 봐, 똑같은 거 몇 개를 사는 거야?" 라며 내가 짜증을 냈다. 

아이는 시무룩해하더니, 반짝이는 눈으로

"엄마, 이거 마트 아저씨한테 다시 갖다 주자."

헉!!

내가 어릴 때 누려보지 못했다고, 아이에게도 누릴 권한을 빼앗았나 보다. 몇만 원도 아니고 몇 천 원 하는 포켓몬 짝둥피규어도 못 사게 하는 찌질이 짠순이가 되어버렸다. 

미안한 맘에 "괜찮아, 가지고 놀고 있어. 간식 줄게."

내가 누리지 못한 것이 상처가 되어서 억울함을 표출하는 스스로가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때 알았다. '우리 아버지도 비슷한 마음이셨겠지. 자식에게 장난감 맘껏 못 사줄 때의 마음...'

생각이 스치듯 지나가는 찰나 

아이가 나를 안아주면서 말해줬다.

"엄마, 나는 장난감 없어도 돼~ 엄마가 웃는 게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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