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그런 날이 있다.
이상하리만치 정적인 하루.
공기도, 시간도, 공간감 마저 사라져 버릴 정도로 정적인 시간.
까마득히 멀리서 유영하는 구름들과 묵묵히 서 있는 이름 모를 산들도 유난히 더 조용한 느낌.
해탈이라고 할까?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이고, 괴로움에서 벗어난 것.
어쩌면 나 역시도 번뇌에서,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 조용한 세상을 몸으로 느끼고 있게 되었던 건 아닐까 한다.
감히 해탈이라 부를 순 없겠지만 저기 저 흘러가는 구름과, 묵묵한 산과 같은 마음으로 세상의 소리를 무시해 버린 게 아닌가 싶다.
묵인이 아닌 무시.
그게 내 대답이자 움직임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난 지금도, 아니 가끔 모든 세상이 정적으로 느껴진다.
무시해 버리고자.
체감 못 할 시간들이 지나게 되면 머릿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사실, 지금도 내 뇌는 한 곳에서부터 억지로 스위치를 꺼버리고 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유영하고자.
그래서 앞서 말한 묵묵한 산은 될 수 없을 거 같다.
그냥 구름이 되어 가볍게 흘러가봐야겠다.
구름보단 태풍에 가까웠지만, 이제부터라도 조용한 구름으로.
조용한 구름으로.
조용히 유영하는 구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