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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저근막염 탓

by 바다숲

미쉐린 타이어처럼 부풀어 오르고, 불룩불룩 뛰어나온 목살을 중간중간 목주름이 꽉 잡아 누르고 있어 그야말로 목이 거대한 비엔나소시지 같이 되는, 악몽을 꿨다.


이게 다 족저근막염 때문이다. 마라톤을 앞두고 벼락치기 연습만 안 했더라도, 직전 주 월요일부터 갑자기 하루에 10에서 15킬로를 달리지 않았더라면. 몇 달 동안 뛰지 않던 것을 만회하려 발바닥이 아파도 괜찮아지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마라톤 당일에도 발바닥이 그렇게 아팠는데도 엽떡에 치킨을 떼려 먹고 또 소화시킨다고 나가서 걸었다. 그냥 소화 안돼도 좀 쉬고 잠이나 잘 것이지. 다시 나가지만 않았어도, 아니, 여름내 덥다고 운동 끊고, 전근한 도서관 힘들다고 징징대며 먹는 걸로 스트레스만 풀지 않았어도,

정작 참아야 할 땐 인내심 하나 없으면서 왜 통증엔 이리도 무감각한건지.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항상 나를 무리시킨다. 나를 사랑해서 시작한 마라톤인데 결국엔 또 무리엔딩이다. 그제야 둘러 보니 주변에 달리다가 족저근막염 걸린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니 나이에 무슨 마라톤이냐 무릎다 나가고 족저근막염에 얼굴 급노화 온다 걷기나 할 나이다 등 훈계가 이어진다.


그리고 두 달째,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근육이 다 빠진 몸은 계단처럼 무게가 쫙쫙 늘어난다. 전엔 6시 반이면 눈이 떠졌는데 지금은 7시 반이 되도록 비몽사몽이다. 몸은 천근이고 날은 춥고 일 나갈 생각만 해도 두통이 온다. 발바닥 하나 아플 뿐인데 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에 몸이 다 무너져내리는 것 같다. 앞발꿈치로 계속 깨금발을 짚으니 오후가 되면 종아리 근육이 땡땡해지고 멀쩡한 반대쪽 다리에 힘이 두배로 실려 안 아픈 곳이 없다.

곧 방학이 오는데, 그럼 지금 물량의 3배까지 책이 늘어날 텐데 하고 덜컥 겁이 난다. 일에 겁먹는 것만도 이미 자존심 상하는 일인데, 아~~ 발이 이렇게 아픈데 지금도 힘든데 방학되면 아무래도 그만두어야겠다... 생각은 어느새 극단으로 치닫는다. 좌우 균형이 깨지니 전신이 다 피로하고 뻣뻣해져서 집에 오면 스트레스성 폭식 후 뚜드려 맞은듯한 만근 같은 몸을 바로 뉘인다. 역류성식도염은 보너스트랙이다.


일단 체중을 줄여야 발로 가는 하중을 줄인다고는 하는데, 요즘에 나는 내가 아닌 것 같다. 이 상황이 너무 싫은데 어찌해야 될지를 모르겠다. 평일엔 다이어트, 주말엔 요요를 무한 반복하며 어느새 무기력을 기본값으로 눈은 반만 뜨고 다닌다. 뇌에도 기름이 꼈는지 실수도 잦아져서 선생님 몰래 자다 떨어지는 꿈 꾸는 학생처럼 깜짝깜짝 놀랜다. 출근하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매일매일 허덕인다. 금요일 휴관을 앞두고 목요일 저녁부터 하루 종일 먹고 눕고를 반복하니 두통은 매일이고 목디스크에 허리통증에 몸은 퉁퉁 붓고 손발 저림, 우울감에 폭식은 더 가속화된다. 온몸에 염증덩어리가 돌아다니는 느낌, 이보다 더 살집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컨디션으로 살아가는 건가 궁금해진다.


겨우, 족저근막염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정말 이게 다 족저근막염 때문이야? 뇌에 낀 기름 좀 빼고 생각 좀 하러가자. 마음의 고~~~ 향 강릉으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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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때라 생각한다.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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