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초비와 토마토, 그리고 마늘로 맛을 낸 아르헨티나산 붉은 새우 스파게티
옆 아파트 오일장에서 사 온 햇마늘 껍질을 깐 다음에 손바닥으로 꾹 눌러 가볍게 으깨준다. 큼지막한 냄비에 마늘을 털어 넣고 엔초비와 올리브 오일 페페론치노를 적당량 넣어주고 약한 불에 매운맛을 뽑아내기 시작한다.
스파게티 면을 3인분 정도 전자레인지용 스파게티 조리 용기에 담고 소금 조금과 물을 부어준다. 원래는 4, 5인분을 만들어도 다 먹을 수 있지만, 면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맛도 부족해지기 때문에 요즘에는 양 조절을 하는 편이 되었다. 전자레인지의 시간을 14분으로 맞춰준 뒤 소스 만들기를 시작한다.
마늘과 엔초비, 그리고 페페론치노의 맛이 잘 뽑힌 오일 위로 손으로 잘게 찢은 토마토와 냉동 붉은 새우를 센 불에 볶아주다가 몇 주 전에 마시다 남은 화이트 와인을 넣어준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춰주고 뚜껑을 닫아 보글보글 끓이다 보면, 토마토와 냉동 새우 그리고 와인 때문에 생긴 물기가 생각보다 많다. 면을 조금 일찍 빼기로 한다.
전자레인지의 시간이 아직 조금 남은, 면이 아직은 덜 익은 상태에서 물기를 빼주고 국물이 자작한 냄비 안에 면을 넣어준다. 스파게티면에서 나온 전분이 소스를 살짝 걸쭉하게 해 주고 생각보다 양이 많았던 국물이 적당히 졸면 접시에 이쁘게 옮겨 담는다.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는 계란 노른자를 톡 하고 올려주고, 대형마트에서 산 블록 치즈를 강판에 잘 갈아서 한쪽에 수북하게 올려서 마무리한다.
처음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게 벌써 14년 전이지만 아직도 맛있게 만들기는 어렵기만 하다. 그나마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터득한 요령이 있다면 소금 간은 처음에는 약하게 하고 면을 소스에 버무려 준 후에 맛을 보고 나서 다시 간을 맞추면 된다는 것이다. 웬만하면 3인분 이상 만들지 않아야 맛이 안 망가진다는 것도 요즘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그냥 내 실력이 부족한 것도 있지마는.
#남편이밥해줬다 #내가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