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름꽃

by 조희길

술항아리옆 설핏 밤안개 사이로

몽롱하게 떨면서 흔들리던 숨소리

풀이파리인줄 알았는데 꽃이었네


싱싱하게 보름을 더 지탱했던 꽃

더러 조잘 대기도,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했던

그런대로 참한 이파리 아려 보였던 꽃봉오리

아뿔싸!아쉽게도 그만 떨어지려 하는구나

애인처럼 숨겨두고 싶었던 꽃

폭염에 시들어 달맞이꽃처럼 온몸을 접었구나


중복날 깨우친 쓸쓸한 인연

화들짝 붉어지는 얼굴

나무라고 여겼던 내몸은 나무가 아니라

물기없어 퍽퍽해지면 쓰러지는 풀이었네


풀은 모진 겨울을 이겨낸 봄꽃이 아니라

폭우속에 쉬이 자란 여름꽃이라는 사실

쓰리지만 고맙구나

더이상 나무가 아니고,끝내 쉬이 지는 꽃

아픈사실 알려줘서 외려 고맙구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검은 유리벽의 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