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한여름에
폭설이 내리기를 간절히 원한다
사람이 눈 시리게 그립고, 사랑이 간절한 시간
살아 있는 자 모두 나오너라
진정으로 살아 있는 자 모두 나오너라
소리치는 자 누구인가?
연륙교는 있지만 마음은 섬이다
팔월 한낮인데도 섬은 가라 앉아 있다
배에 차를 실은 이도
차 없이 몸만 실은 이도
섬처럼 가라 앉아 있다
초점 잃은 눈동자에 욕정의 찌꺼기만 한쪽 구석에 남아 있다
익숙해진 절망과 근거 없는 욕망들이
떨어지는 햇살줄기 사이로 어지럽게 흩어진다
침침한 글자판도 게으른 갈매기 떼도
뚝뚝 흘러내리는 땀방울 사이로 명멸한다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그리움 커지는 그림자
처음 접하는 돌이킬 수 없는 비정상의 여름
때 묻지 않은 책장처럼 무색한 씁쓸함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늠 안 되는 인생사
인간이든 인간이 아닌 잡놈이든 섬과 섬사이에서는
자칫 실명할 뻔했던 한순간의 일출과 일몰
빛의 광란이 똑같이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