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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생명

by 조희길

아주 오래된 고목의 움푹패인 허리를 등뒤에 감추고

선사시대쯤부터 자랐던 바다속 해초와 물고기들

물결속에 그림자처럼 웅크리고 앉아있는 석불의 침묵

화강암 바닥에서 하늘거리는 해초들의 손짓

왜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걸까?


살갗은 한기로 차가운데 속은 불덩이가 불쑥 불쑥

이마가 후끈후끈 하다

졸지에 이승을 떠난 어른의 상가에서 눈물 흘리던자

석달 보름쯤 지나 그도 스스로 세상과 하직했다

결코 슬퍼할 일 아니다,화 낼 일도 아니다

당신의 그릇이 그정도 였으니

더이상 삶을 담지 못하고

내려놓았을거라고 이해하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더 이상 사족달면

고인에대한 예의가 아닐것이다

지금부터는 모든 제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것이다


손으로 찢어도 쉬이 찢기지않는 은박지를 뚫고 올라온

저 미물의 난 뿌리를 보라

위대하고 경건한 삶은 멀리 있지않고

나의 등뒤 무더운 여름 견뎌낸 창가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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