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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깃줄에 매달린 가을호박

by 조희길

뚝 떨어지는 기온은 목통을 죄어오고

초저녁부터 불어오는 서늘한 늦가을 바람

밤새 온몸을 불안하게 흔들어댄다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굵어지는 몸통

커가는 무게를 감당하고 전신을 지탱하는

줄기가 굵어질 수 있도록 마지막 힘을 다해

뿌리를 펼쳐 물기를 빨아 올린다


기진맥진 남은 힘을 다해 덩굴손을 뻗어

나뭇가지와 전기줄을 부여잡고

신이 내려주신 주어진 크기로 자라기 위해

진종일 바람과 늦가을 한기와 맞서 싸우는중인데

내 너를 어찌 거두리,설사 팔다리 힘이 고갈되어

땅으로 떨어져 박살나는 아픔이 있더라도

기다려야지,참고 지켜봐야지 누렇게 익을때까지

지난 여름 숨 쉬기도 버거운 무더위도 견뎌서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꽃 피우고 마침내

남은 호박이 되었는데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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