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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요양원에서 2

Fire Alarm 이 울린 날

by 김유인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재 경보가 울렸다.
보통은 연습한다고 두세 달에 한 번씩 울리는데 오늘은 실제상황이다.
알람소리가 얼마나 큰지, 한 번 알람이 울리면 동료랑 의사소통은 큰 소리를 질러서 얘기해야 한다. 당장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크게 울리는데 우리는 먼저 어르신들 안전을 확인하고 지금 있던 자리를 벗어나면 안 된다.

처음에 한 5분은 ‘따르르릉~’ 울리고 3초 정도 쉬었다가 다시 울린다. 근데 그게 5분이 넘어가면 3초 쉬는 것 없이 계속 울리는데 그 소리는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다. 그렇게 큰 소리에도 노인들은 평온하다. 그냥 일상적인 소리로 들리나 보다. 심지어 저녁이나 밤에 울려도 잘 주무신다.

일단 화재 경보가 울리면 방화문이 자동으로 닫힌다.

이렇게 하면 불이 문을 바로 통과 못해 화재가 급격하게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밖으로 통하는 출입문은 자동으로 열린다.
평상시에는 그 문은 카드키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 수 있다. 그런데 비상시에는 신속한 대피를 위해 그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따라서 우리는 어르신 안전과 함께 출입문도 지켜야 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르신들이 밖으로 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

오늘도 화재 경보가 울렸다.

보통 때처럼 방화문이 닫히자 복도에 계시던 어르신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시고 계셔서 일단 다이닝룸으로 안내해 드렸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경보 소리는 계속 울렸다.
귀를 막아도 소리는 계속 들려와 귀가 먹먹했다.
나는 귀를 막은 채 출입문옆 의자에 앉아 문을 지켰고, 내 옆에는 어르신 한 분이 앉아 꾸벅꾸벅 졸고 계셨다. 아무리 방에 가서 주무시라고 해도 내 옆에 계셨다. 아마 누군가 옆에 있는 것이 위로가 됐나 보다.
15분 이상 울리고 드디어 소방관이 들어왔다. 그분들은 중앙 모니터가 가리키는 의심 지역부터 찾아가서 불을 확인했지만 계속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다른 층부터 찾다가 드디어 우리 층까지 왔나 보다. 알람이 어디서 울린 건지 못 찾았아서 우리는 그 소리를 20분 이상 듣고 있어야 했다.
마침내 비상계단에서 오작동한 것을 찾아냈다. 원인은 날씨가 덥고, 건물이 오래되었기 때문인 듯

했다.

그리고도 5분 이상 벨이 울렸다. 그 사이 주무시던 몇몇 어르신이 잠에서 깨어나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는 비상사태라 휴식 시간도 못 가고 각자 문을 지키고 있었다. 모든 어르신들의 방은 특수 제작된 문으로, 일단 불이 나면 몇 시간 동안 그 방문에 불이 옮겨 붙지 못하도록 만들어졌다. 그 시간 동안 소방관들이 와서 구출한다고 한다.

드디어 경보가 해제되고 우리는 외부로 통하는 문이 잘 닫혀있는지 확인하고, 어르신들의 안전을 다시 확인했다. 모두들 안전하게 방에서 주무시던지, 다이닝 룸에 계셨다. 물론, 내 옆에서 주무시던 어르신은 제외하고 말이다.

경보가 해제가 된 후에도 한동안 귀에서 알람 소리가 맴돌았다.

내가 캐나다에 처음 와서 영어를 배우러 다닐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아침 수업한 지 5분에서 10분쯤 지났을 때 사무실에 있는 직원이 교실로 들어왔었다.
선생님과 얘기를 하더니 우리더러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화재 경보가 고장 나서 비상시에는

알람이 안 울린다고…
그때는 속으로 ‘불이 안 났는데, 왜 집으로 보내지?'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이해한다. 그들의 철저한 안전 의식을.

그리고 나도 그들과 함께 안전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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