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리움의 뿌리
지구가 처음 태어났을 때, 우주의 별들은 지금과 달랐을까?
공룡이 지구를 휩쓸었을 때 하늘의 태양은 지금 보다 더 뜨거웠을까?
그때도 우리가 보는 북두칠성이나 오리온자리가 있었을까?
공룡이 지구상에 사라진 지 6500만 년 전. 가늠할 수 없는 그 존재의 시간을 생각하면 인간은 거의 먼지에 가깝다.
몇 년 전 쏘아 올린 제임스 웹 망원경으로 우리는 과거의 별들의 탄생과 소멸을 볼 수 있다.
현재에서 보는 과거 별들의 움직임이라니,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거기서 또한 느낄 수 있는 건 시간과 공간의 무한함이다.
그 속에 가득한 별은 그 시간만큼 쌓인 그리움의 뿌리가 아닐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주의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어디로 갈까?
지금까지 온 것만큼의 시간이 지나가도 우리의 지구는 아직도 존재할까?
보이저 1호는 1977년에 지구를 떠나 지금은 태양계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언젠가 만날 외계 생명체를 위해 1977년 지구의 정보를 봉인해 두었다.
나도 이렇게 시간을 봉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어린 시절을 봉인하고, 젊은 시절을 봉인해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까지 살았던 후회되었던 일들을 고칠 수 있다면...
사십오 년 전 어느 겨울날 아침, 부모님이 산행을 가시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기필코 그 산행을 막고 싶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 젊은 부모님이 우리 자매들을 깨우다 지쳐서 두 분만 떠난 산행이 그분들의 마지막 산행이었다.
엄마는 집으로 돌아온 후 식구들 앞에서 쓰러지고 곧 돌아가셨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날의 그 장면이 아주 선명하게 뇌리에 박혀 있다.
그 후로 엄마의 부재는 어린 소녀가 받아들이기에 너무 커서, 마치 처음부터 엄마가 없었던 듯 기억에서 지우며 살았다.
막내였기 때문에 유독 짧고 강렬했던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아이는 그것이 그리움인 줄도 모르고 살았다.
가슴 한 편에 선명하게 새겨진 그리움을 감추다가 하늘을 보면 무수히 떠 있는 별들을 보고 달을 바라보았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내고
은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지어
양친 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지고..."
이렇게 동시를 외우며 외로움을 달랬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난 엄마보다 훨씬 나이가 들었고, 젊은 엄마는 하늘의 별이 되어 반짝인다.
이제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나의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은 영원히 봉인이 되어 내 삶 속에 같이 살아가고 있다.
이 그리움은 내가 지구에서 삶이 끝나는 날, 해제되어 나랑 같이 우주로 날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