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는 통하지 않았다.
지난여름 막바지, 내가 일하는 요양원에 한 병동이 코로나에 걸린 어르신이 나왔다.
일단 양성자가 나오면 그 어르신은 방에 격리하고 일정 인원 이상 확산되면 그 병동은 락 다운(봉쇄) 시켜서 어르신들은 방에서 못 나오게 하고 면회가 금지된다.
직원들은 방마다 다니며 어르신들을 돌봐드리고 식사도 배달해 드린다.
방에 들어갈 때마다 가운을 갈아입고 장갑, 마스크까지 모두 교체해야 한다.
요즘은 완화되어서 면회는 허용했지만, 가족들은 손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들어 왔다.
한참 심할 때는 방역을 한다 해도 한국에서 전해 듣는 뉴스보다 소극적이라 조금 불안하기도 했었는데, 신기하게도 여기서는 그 방식이 통해서 급격한 확산은 없었다.
내가 일하던 병동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일주일 후, 스케줄 중 하루가 그 병동에 잡혀 있는 게 아닌가!
안 그래도 건강 염려증이 있는 나는 그날 아침에 아프다고 전화해서
그 스케줄을 빼버렸다. 회사에 조금 미안했지만 환자들 돌보다 내가 감염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이 더 지나고, 그 병동은 더 이상 추가 환자가 안 나오고 기존 환자들도 격리 기간이 끝나서 안전해졌다.
그래서 그 병동에서 근무하는 동료와 미뤄왔던 약속을 잡고 함께 점심을 먹으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3일이 지난 후 목이 약간 아팠다. 평소에도 편도선은 가끔 부을 때도 있으니까 그러려니 했다.
근데 하루가 더 지나고 잠을 자는데 더운 날씨인데도 약간의 오한이 느껴졌다.
'오늘 왜 이리 싸늘하지' 하면서 잠이 들었는데, 그날 오후 일하는데 몸이 너무 아프기 시작했다.
타이레놀을 먹으며 겨우 근무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그날 밤 본격적으로 몸이 아파서 밤새 힘들어했다.
기침도 나고, 열도 나고, 메슥거리고,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마침 그날은 쉬는 날이라 '쉬면 낫겠지' 하고 쉬었다.
약을 먹으면 좀 괜찮아 지다가 다시 아프고...
한국에 있는 친구가 전화로 빨리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이곳은 아파서 주치의 만나려면 최소 2주에서 3주는 기다려야 한다.
죽을 만큼 아프면 응급실로 가서 8시간 이상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집에서 약 먹고 쉬는 게 낫다.
그래도 아픈 강도가 너무 심했다.
'혹시?' 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부탁해서 코로나 진단 키트를 받아오라고 했다.
검사를 했더니 양성이었다.
아픈 것보다 양성이 나온 게 충격이었다.
그렇게 안 걸리려고 스케줄까지 취소하며 꼼수를 부렸는데...
인생사가 그런 것 같다.
만나야 할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고,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일은 어떻게 든 닥친다는...
겨울이 다가옵니다.
독감이나 코로나가 다시 유행합니다.
개인위생 철저히 하고 조심하세요.